李총리, 野와 동행 껄끄러웠나

  • 입력 2005년 1월 6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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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들은 정부 전세기 좀 타면 안 됩니까?”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 정병국(鄭柄國) 주호영 의원 등이 5일 지진해일 피해를 본 지역을 위문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뒤 당 안팎에서는 이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한나라당에서는 당초 원 의원과 서병수(徐秉洙) 당 재해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의원 10여 명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때마침 1일 지진해일 피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긴급구호 정상회의 참석차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5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한나라당 측은 총리실에 전세기 동반 탑승 여부를 문의해 ‘OK’ 사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틀 뒤인 3일 총리실이 돌연 한나라당 측에 “동반 탑승이 힘들겠다”고 통보한 것. 주 의원 측은 “총리실 측에서 좌석이 부족하다고 해명해 왔는데 열린우리당 의원들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나왔겠느냐”며 불쾌해 했다. 당 일각에서는 지난해 이 총리의 한나라당 폄훼 발언을 떠올리며 “어려운 데 가서 돕는 것도 여야 차별하느냐”며 흥분했지만 여론을 의식해 이를 공론화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정부 측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한나라당은 출국단 수를 줄였다. 문제는 항공편과 출장비. 한나라당은 3일 총리실로부터 통보를 받은 직후 항공권을 수소문해 왕복항공권을 겨우 마련했다. 출장비는 원 의원 등이 속한 당 내 ‘새정치수요모임’ 의원들이 십시일반해 2000달러를 모아줬고 나머지는 출장 간 의원들이 자비 부담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측은 “자원봉사단이 대거 동승해 자리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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