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교수 “비전을 가진 리더십이 싱가포르 경쟁력 키워”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11분


“경쟁력은 고객이 경쟁자 대신 자신을 선택하게 하는 힘입니다. 국가경쟁력도 마찬가지로 투자를 하려고 하는 다국적 기업이 한국을 찾게 만드는 능력이지요.”

서울대 경영학과 조동성(趙東成·사진) 교수는 “다국적기업의 투자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의 후생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국가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산업정책연구원 국제경쟁력연구원 등과 함께 매년 전 세계 68개국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연구를 맡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계속 뒤처지고 있는 데 대해 불투명한 기업 경영, 전투적 노동조합, 정부의 소극적 외자 유치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은 낮은 임금과 높은 생산성,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휩쓸어가고 있는 마당에 한국은 외국인 투자를 끌어오기는커녕 한국기업마저 해외로 쫓아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조 교수는 특히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전근대적인 노사관계를 꼽았다.

“일부 전투적 노조 지도부는 정치적 야심과 개인적 이해 때문에 노조를 볼모삼아 불법 노사분규를 일으키고 있어요. 이런 불법 파업은 결과적으로 노조원 스스로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그는 또 “한국 기업은 투명성이나 윤리적인 면에서 아직 글로벌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부분이 많다”면서 “근로자를 포함한 직원들을 한 가족으로 포용하지 못하는 경영 관행도 문제”라고 말했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핀란드와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결단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90년 소련이 해체될 당시 실업률이 20%에 달했던 핀란드가 실직자에게 대학문을 개방해 이들을 엔지니어, 컨설턴트 등 고급 전문직 서비스 종사자로 육성, 경제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것.

조 교수는 “관료집단과 정치인은 비전을 가지고 기업에 대해 선순환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10년 전만해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싱가포르가 오늘날 국가경쟁력 선두를 다투는 국가로 거듭난 것은 비전을 가진 리더십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