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티모셴코, 오렌지 女神인가 부패 정치인인가

  • 입력 2004년 12월 8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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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혁명의 여신인가, 발 빠르게 변신한 부패 정치인인가.

대통령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여성 정치인 율리야 티모셴코 의회(라다) 의원(44)의 정체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티모셴코 의원은 7일 오후까지도 국제형사기구(인터폴)의 국제수배자 명단에 올라있었다. 인터폴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사이트(www.interpol.int)에서 그의 이름을 삭제했다.

티모셴코 의원은 러시아 수사당국에 의해 뇌물제공 혐의로 명단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티모셴코 의원은 “러시아 당국이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후보를 돕고 있는 나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 조작한 범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티모셴코 의원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가냘픈 모습과는 달리 눈이 쏟아지는 거리에서 열흘이 넘도록 평화적인 시위를 이끌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줬기 때문. 우크라이나 농촌 스타일의 ‘묶은 머리’와 오렌지색 스카프는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그의 과거 행적이나 정치 행보에 대한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통합에너지시스템 사장을 거쳐 30대에 에너지 담당 부총리에 올라 ‘가스 공주’라고 불릴 정도로 에너지 업계에서 막강한 실력자로 군림했다.

한때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인기 연예인들을 제치고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섹스심벌’로 뽑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반면 미모를 무기로 거물들에게 접근해 정치적으로 성장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남편을 산하 단체장에 임명하는 등 숱한 부패 스캔들로 실각하자 정치적 스승인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을 배신하고 이번 대선에서 유셴코 진영에 가담해 반대 진영으로부터 ‘정치판의 창녀’라는 비난을 받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지금은 필요에 의해 유셴코 후보를 돕고 있으나 언젠가는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것”이라는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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