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사망이후]팔-시리아 오가고, 이-이집트 손잡아

  • 입력 2004년 12월 7일 18시 21분


《‘아라파트 사망, 중동평화 제2의 기회.’ 미국의 LA타임스는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사망 직후 이런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대부분의 외신도 아라파트 전 수반 이후 이-팔 관계 개선 가능성을 점쳤다. 아라파트 전 수반이 사망(지난달 11일)한 지 한 달이 채 못됐지만, ‘포스트 아라파트’의 중동은 예상대로 전개되고 있다.》

▽이-팔 관계 개선=팔레스타인 최대 무장단체인 하마스의 기본 노선은 대(對)이스라엘 투쟁. 하지만 최근에는 ‘휴전’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온다.

요르단강 서안을 관장하는 하마스 최고 지도자 하산 유세프는 지난달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 9일 선거 때까지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또 다른 무장투쟁단체인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도 휴전 의향을 내비쳤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의 새 지도부와 대화 의향을 내비치며 화답하고 있다. AP통신은 아라파트 전 수반 사망 이후 이-팔간 교전이 현격히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오가는 발길, 마주 잡는 손=6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역사적 시리아 방문길에 나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팔레스타인 고위 지도부의 시리아 방문은 2000년 이후 처음. 이번 방문은 아라파트 전 수반이 사망했기에 가능했다.

1993년 아라파트 전 수반이 이스라엘과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하자 시리아는 “아라파트가 아랍권의 공동 보조를 깨 배신했다”고 맹비난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아무런 조건 없이 중재하겠다고 나설 만큼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정상의 만남은 중동의 관심사였다.

이스라엘도 같은 날 이집트와 양국간 무관세 산업지대인 제한산업지대(QIZ)를 이달 안에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양국 정부는 죄수를 교환 석방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화해 무드가 1979년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정 이후 25년 만이라고 전했다.

▽남아 있는 문제=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국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샤론 총리는 6일 “집권 여당인 리쿠드당이 노동당과의 연정 구성을 반대하면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의회 120석 가운데 리쿠드당의 의석이 40석에 불과해 노동당(22석) 영입에 나섰지만 일부 강경파들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의회는 1일 샤론 행정부가 내놓은 2005년 1차 예산안을 부결시켜 샤론 총리의 힘을 더욱 빠지게 했다.

팔레스타인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아바스 의장도 내년 1월 9일 실시되는 수반 선거에서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AP통신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바스 의장과 수감 중인 마르안 바르쿠티의 지지율은 박빙의 차이다.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홍미정 연구교수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무력 투쟁으로 이스라엘에 대항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아바스 의장을 밀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 이스라엘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아바스 의장이 수반 선거에서 떨어지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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