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최고재판소 ‘韓人 전후보상’ 기각…개인보상 사실상 막혀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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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인과 군속,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던 한국인 피해자와 유가족 등 35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전후 보상 청구소송이 13년의 재판 끝에 29일 기각됐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날 상고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피해는 헌법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이는 단순히 정책적 견지에서 배려 여부를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며 원고패소 판결한 1, 2심과 마찬가지로 소송을 기각했다.

피해자들은 1991년 12월 도쿄 지방법원에 소송을 내고 1인당 2000만엔을 보상하라고 요구해 왔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들이 1940년대 초 일본군에 강제 입대해 전쟁에서 숨지거나 위안부로 끌려가 일본군을 상대하도록 강요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이번 소송은 일제에 위안부 등으로 끌려간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으며 이후 아시아 각국에서 60여건의 전후보상 소송이 제기되는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원고 패소가 확정됨에 따라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통해 일본 정부로부터 개인보상을 받아낼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막히게 됐다.

마이니치신문은 “기각 결정은 재판부가 1965년의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원고의 보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부가 “기각. 소송비용은 원고부담”이라는 짤막한 선고문을 읽고 퇴장하자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원 등 원고들은 “비인도적 판결에 불복한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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