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유엔총장, 이라크 문제 두고 美와 정면충돌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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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총장 강경발언'이라크전쟁은 불법, 선거직원 파견 못해…팔루자 공격 안된다'
아난총장 강경발언
'이라크전쟁은 불법, 선거직원 파견 못해…팔루자 공격 안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이라크 문제를 두고 미국과 정면충돌을 불사하고 있다.

그는 내년 초 실시될 이라크 총선을 코앞에 두고도 선거를 관리할 유엔 직원 파견을 거부하고 있으며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등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와의 갈등을 빚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아난 총장과 미국의 불협화음=아난 총장은 이라크 문제에 대해 미국과의 시각차를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아난 총장과 미국의 갈등이 드러난 주요 사례는 세 가지.

아난 총장은 9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전쟁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10월에는 유엔 전범재판소 재판관들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등을 재판할 이라크 판사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또 2주 전에는 미국 영국 이라크 정부에 서한을 보내 팔루자 공세가 이라크를 더 고립시키고 내년 1월 선거를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측 입장 "콩고에 수천명 파견 이라크엔 7명만 둬…유엔 차별 극에 달해"

선거가 코앞에 닥쳤지만 그는 2003년 10월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폭탄테러로 직원 22명이 사망한 뒤 철수시킨 유엔 직원들을 다시 충원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

유엔 주재 미국 고위관리는 “시에라리온이나 콩고에 수천명의 평화유지군 파견을 권고하는 아난 총장이 이라크에는 단 7명의 요원만 두고 있다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우리는 이미 분노의 단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연임에 성공해 2006년까지 유엔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는 그가 미국과 갈등을 빚는 이유로는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로 인해 유엔의 입지가 약해진 데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시절 유엔의 ‘석유-식량 프로그램’ 비리사건에 그의 아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터뜨린 미국에 불편한 심기를 보이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난 총장은 11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의도적으로 맞서려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라크 안정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정세에 미칠 영향=아난 총장과 미국의 대립이 격렬해질수록 총선을 통한 이라크 재건 프로그램 본격화라는 미국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최근 팔루자 대공세를 펼친 것도 선거의 전제조건인 치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군이 팔루자 전 지역을 점령했어도 이라크 저항세력은 북부 모술에서 경찰서와 정유시설 등을 공격하는 등 저항의 강도는 여전하다. 팔루자에서도 미군과 반군의 총격전이 끝나지 않아 구호단체 적신월사도 미군의 제지로 인해 시내 진입을 못하고 있다.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사령관은 14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팔루자는 시작일 뿐이며 결코 (저항세력의) 항복은 없을 것”이라며 “무고한 시민들이 많이 죽거나 저항세력의 재침투를 막지 못한다면 패배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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