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 파병 100일]테러위협…평화재건 엄두못내

  • 입력 2004년 11월 9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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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이라크행 첫 비행기에 올랐던 자이툰부대가 10일 이라크 파병 개시 100일째를 맞는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과 미국 및 이라크 정부에 공언했던 이라크 평화재건 활동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르빌 지역정부는 물론 자이툰부대원들까지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왜 늦어지나=자이툰부대는 지난 100일 중 51일(8월 3일∼9월 22일)을 병력 장비 수송을 위한 ‘파발마 작전’으로 보냈다. 6월 아르빌 파병이 발표된 지 3개월이 넘어서야 한국군이 도착하자 아르빌 일부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아르빌에 먼저 도착한 병사들도 숙영지 건설과 숙영지 인근 정찰·탐색에 매달리느라 평화재건 활동에는 손을 놓았다.

숙영지 건설에 전력을 다해 온 자이툰부대가 조금씩 평화재건 활동을 할 만한 여력을 갖기 시작한 것은 10월 중순. 하지만 같은 달 14일 라마단(이슬람 금식기간)이 시작되면서 한국군에 대한 테러 첩보가 속속 접수됐고, 자이툰부대는 다시 몸을 움츠렸다.

자이툰부대는 외부 활동 대신 현지 주민 1000여명을 숙영지 건설과 수송 등의 업무에 고용하거나 전자제품 수리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지 주민들이 한국군을 친근하게 여기기 위해서는 파병 초기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여러 가지 준비를 했는데, 이제 초기 친한화(親韓化) 작업은 때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산 넘어 산=7일 이라크 임시정부가 아르빌을 제외한 이라크 전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자이툰부대의 활동 반경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최근 아르빌에 다녀온 한 인사는 “쿠르드족은 과거 후세인 정권 축출을 위해 미군을 도우며 수많은 실전을 벌여 왔다”며 “이들은 한국군의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군에 대한 첫 평가는 내년 1월 이라크 총선 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은 선거업무 전체를 아르빌 정부와 민병대 ‘제르바니’에 맡긴 채 아르빌 선거관리단에 대한 경호 임무만을 수행한다.

하지만 선거 과정 또는 이후 투표 결과를 놓고 벌어질 혼란을 정리하는 일은 한국군의 몫. 이를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 한국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우리가 평화재건 예산 2385억원을 아르빌에 풀면 문제가 다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일본 자위대를 보라. 돈만 푼다고 이라크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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