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슈럼의 저주는 계속된다?

  • 입력 2004년 11월 4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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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맥거번, 테드 케네디, 리처드 게파트, 마이클 듀카키스, 앨 고어, 존 케리….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했거나, 경선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두 '당대 최고의 정치연설문 작성가' 밥 슈럼(61)이 쓴 연설문에 의존해 미국인을 설득했다.

미 대선이 3일 막을 내린 뒤 워싱턴 정가에선 "슈럼의 저주는 계속된다"는 말이 돌고 있다. 케리 후보의 고향인 보스턴의 야구팀 레드삭스가 올 월드시리즈에서 86년 만에 우승하면서 '밤비노의 저주'를 뒤엎은 신화가 재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슈럼은 현직 민주당 상원의원의 3분의 1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선거 전략의 귀재. 빌 클린턴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로 연방 대배심 앞에서 '비공개 증언'을 할 때도 원고작성은 그의 몫이었다. 케리 후보가 7연패의 기록을 알면서도 그를 끌어안은 것이 무리가 아니다.

올 7월말 보스턴 전당대회를 앞두고 케리 후보의 참모들은 선거운동본부의 티셔츠에 새길 구호로 '저주는 사라졌다(Reverse the curse)'로 정하는 방법도 논의했다. 그만큼 슈럼의 저주는 케리 캠프의 내면인식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슈럼에게 30년 저주의 고리를 끊을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그는 1976년 지미 카터 후보 팀에 합류했지만, 32세의 청년 슈럼은 10일 만에 "카터, 당신은 자신밖에 모르오"라는 편지를 남기고 캠프를 등졌다.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한 뒤 뉴욕시장의 공보비서를 지낸 그는 공개석상에서 씹던 껌을 꺼내 장난을 치는 등 괴벽과, 경쟁자를 소리 없이 밀어내고 후보의 복심(腹心)으로 파고드는 재주로 워싱턴의 주목을 받아 왔다.

이런 인사에게 정적이 없을 리 없다. 그는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너무 진보적이어서 표를 깎아 먹는다" "정치기술자일 뿐 후보를 신앙으로 여기지 않으니 선거에 번번이 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제 민주당이 그에게 갖는 관심은 하나다. 2008년에도 민주당은 슈럼을 불러들이게 될까.

마이애미=김승련 특파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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