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질극 유혈 진압…53시간만에 특수부대 전격진입

  • 입력 2004년 9월 3일 2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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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오세타야 베슬란에서 러시아 특수부대가 3일 전격 진압작전을 개시한 직후 학교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하고 있는 학생. [최수묵 기자]
북 오세타야 베슬란에서 러시아 특수부대가 3일 전격 진압작전을 개시한 직후 학교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하고 있는 학생. [최수묵 기자]
러시아 남부 북(北)오세티야공화국 소도시 베슬란의 제1공립학교에서 벌어진 인질극은 발생 3일 만인 3일 어린 학생을 포함해 인질 150여명이 숨지고 56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끔찍한 유혈진압으로 막을 내렸다. 러시아 특수부대는 이날 오후 1시경(현지시간) 1000여명의 인질이 억류된 학교에 전격 진입해 1시간의 작전 끝에 테러범 20명을 사살하고 학교를 완전 장악했다고 외신들이 긴급 타전했다.

AP는 진압작전으로 인질 56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전했으며 영국 I-TV와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현지 보도를 통해 학교 체육관에만 시신 100여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AP는 러시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학교 곳곳의 교전으로 인한 희생자를 포함하면 사망자가 150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사살된 테러범 20명 가운데 아랍계가 10명 포함됐다고 밝혀 테러 조직의 성격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테러범 3명은 학교가 특수부대에 의해 장악된 뒤에도 상당시간 저항을 계속했으며 북오세티야 경찰은 도주한 테러범 13명을 추적 중이다. 40여명으로 추정되는 테러범들은 러시아군의 체첸 철수를 요구하는 급진 분리주의자들로 보인다고 CNN은 분석했다.

부상자 중에는 어린이가 200여명에 이르고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현지 구조요원들이 전했다. 인질극이 시작된 날은 이 학교(정원 900여명)의 개학일이어서 학부모들의 피해도 컸다.

이로써 9월 1일 오전 9시경에 발생한 북오세티야의 인질극 사태는 발생 53시간여 만에 일단락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민간인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테러범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강경 원칙을 이번 작전에서도 되풀이했다. 그러나 710명 이상의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낸 것은 2002년 10월 모스크바 인민궁전극장 인질극의 독가스 진압에 이어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히 상당수 테러범이 인질들 속에 섞여 도주했고 일부 테러범은 어린이 등 인질들을 방패막이로 납치해 갔다고 목격자들이 전해 제2의 인질극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일부 시민은 폭탄벨트를 찬 여성 테러범 2명이 흰옷을 입고 달아나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북오세티야 경찰은 도주로를 차단하고 테러범 색출에 나섰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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