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가수 빅토르 최 14주기…모스크바에 연내 동상 건립

  • 입력 2004년 8월 16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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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최) 초이….”

15일 모스크바 중심가 아르바트 거리. 간간이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수백명의 젊은이가 명소인 ‘빅토르 최의 벽’ 주변에 모여들었다. 사망 14주기를 맞은 옛 소련의 전설적인 한국계 로커 빅토르 최(사진)를 추모하는 열성 팬들이었다.

1980년대 ‘키노(영화)’라는 록그룹을 이끌며 기성체제에 대한 저항과 자유에 대한 동경을 가득 담은 음악으로 소련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군림했던 빅토르 최는 1990년 28세의 나이에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정신과 음악세계를 기리는 팬들의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었다. 최의 사진과 그를 추모하는 온갖 글귀로 뒤덮인 벽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흥분한 팬들의 소란을 염려한 경찰이 벽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 한 사람씩만 통과시켜줬지만 참배객들은 몇 시간씩 참고 기다려 벽 앞에 꽃이나 담배를 놓고 갔다.

모스크바시는 몇 년 전 이 벽이 미관을 해친다며 철거를 시도했으나 몸으로 막아서는 극성 팬들의 반대에 부닥쳐 포기한 적이 있다.

3년 전부터 최의 동상을 구상해 온 조각가 알렉세이 블라고베스트노프가 이날 석고 모형을 들고 나와 공개했다. 기타를 메고 오토바이를 탄 최의 모습이었다. 청동으로 만들어질 최의 동상은 2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올해 안에 이곳에 세워질 예정. 아르바트 거리는 최를 추모하는 명소가 될 전망이다.

블라고베스트노프씨는 “최는 우리 시대와 영원한 젊음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팬들은 “최는 오토바이를 탄 적이 없다”며 동상의 디테일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를 추모하는 장소는 옛 소련 곳곳에 있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 인근에 있는 최의 사고 현장에도 ‘죽음은 살기 위해서, 사랑은 기다리기 위해서’라는 유명한 글귀가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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