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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16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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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대사관저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불법체류자인 흑인 K씨(24)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추적 중이다.
이번 사건은 수도 서울의 외국 공관 밀집지역에 있는 대사관저에 강도가 침입할 정도로 경찰의 경비가 허술했다는 점에서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 발생=16일 오전 1∼2시경 주한 벨기에대사관저에 강도가 침입해 2층 안방에서 자고 있던 루브루아 대사와 부인 데르나데트를 감금한 뒤 금품을 털어 달아났다.
경찰은 복면을 쓴 범인 1명이 전깃줄로 대사 부부의 손발을 뒤로 묶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뒤 대사를 지하1층 보일러실에, 부인을 2층 다락방에 감금했다고 밝혔다.
대사 운전사인 박모씨(62)는 “이날 오전 7시15분경 관저에 출근한 필리핀인 가정부가 감금된 대사 부부를 발견했다”면서 “이 말을 듣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대사 부부는 별다른 외상은 없지만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순천향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범인은 신용카드 2장과 돈을 훔쳐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피해액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수사=경찰은 일단 면식범의 소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범인이 담을 넘어 대사관저에 들어간 뒤 외부인은 알기 힘든 지하통로를 이용해 집안으로 침입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범인이 외부인은 알기 힘든 다락방의 위치를 알아냈으며 2층 거실까지 접근하면서 기물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은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루브루아 대사는 “몸집과 목소리, 눈매 등을 봤을 때 최근 해고된 K씨가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 같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일단 K씨를 출국 정지했다.
▽경비 소홀?=현재 서울에는 87개국 163개 대사관 및 관저가 있으며 공관경비대 1400여명이 경계를 서고 있다.
특히 경찰은 올 3월 스페인 열차 테러 이후 이라크 파병국 공관에 대한 대테러경계령을 내리고 경비를 강화했다. 그러나 벨기에는 파병국이 아니어서 경비초소에 경찰 1명만이 상주 근무했으며 또 다른 경찰 1명이 벨기에대사관저와 태국대사관저를 순찰근무하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경찰의 경비 소홀이 문제가 될 경우 외교적인 파장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 제22조는 ‘접수국은 공관지역 침입을 보호할 특별한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기정(金基正) 교수는 “외국 대사관저가 침범당할 정도라면 외국인들이 치안에 대단한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많은 항의를 받을 것이고 우리도 깊은 유감을 표명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당시 정상적인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고 벨기에측이 방범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한국측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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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이임예정 대사부부 충격으로 입원▼
16일 강도의 습격을 받은 쿤라드 루브루아 주한 벨기에대사 부부는 관저 인근에 있는 순천향대학병원에 입원했으나 손목에 약간의 찰과상만 입었을 뿐 별다른 외상 없이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대사관 직원의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가 관저에 도착했을 때에도 의식이 또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사 부부는 오전 8시50분 구급대에 실려 이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가 낮 12시경 입원실로 옮겼다.
응급실 관계자는 “입원실에서도 아직 특별한 치료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대사 부부가 입원해 있는 병원 별관 5층 입원실은 벨기에 대사관 직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가운데 5, 6명의 주한 외교사절 부부들이 문병을 했다.
루브루아 대사는 2000년 10월 11일 한국에 부임했으며 8월 초 이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강도 사건이 일어나자 이날 주한 이탈리아 대사가 주최한 주한 외교사절 이임 환송연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날 백영선(白暎善) 외교통상부 의전장을 이들 부부에게 보내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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