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25개국 대부분 국가 집권당의 향후 정국 운영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13일 막을 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이 대부분 고배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회 선거는 각국별 현안을 다루지는 않지만 유권자의 지지 성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집권당에 대한 '인기투표'로 불린다.
▽집권당 패배, 정치 불만 표출=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3강'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집권당이 고배를 마셨다. 독일에서는 야당인 기민당 연합이 44.5%(49석)의 지지율을 보인데 비해 집권 사민당은 21.5%의 지지율(23석)을 얻는데 그쳤다. 사민당 지지율은 1999년에 비해 10% 감소했다. 프랑스에서도 제1야당인 사회당이 지지율 30%를 기록,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을 눌렀다. 양국 모두 최근의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에 따른 국민 반발이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
영국에서도 보수당(지지율27.4%·27석)과 영국독립당(16.8%·12석) 등 야당이 집권 노동당(22.3%·17석)을 압도했다. 이라크 파병 반대 여론이 토니 블레어 총리에 '일격'을 가한 것. 역시 이라크에 파병한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포르투갈, 폴란드 등에서도 야당이 승리했다.
반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며 3월 총선에서 집권한 스페인 사회노동당은 43.7%(25석)의 지지율로 야당인 국민당(40.8%·23석)을 따돌렸다.
▽유럽 통합 '위기'=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가장 큰 '이변'은 영국에서 영국 독립당이 제3당으로 뛰어오르며 약진한 것. 영국 독립당은 1999년 선거에 비해 지지율을 무려 9.3%나 높여 노동당과 보수당의 양당 체제에 위협을 가했다.
이런 결과는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과 맞물려 '현재 진행형'인 유럽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투표율이 44.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새로 EU 회원국이 된 동구권 등 10개국의 평균 투표율이 28.7%에 불과한 것은 심각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지난달 EU 확대에 이들 국가 국민의 '여론'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
▽중도 우파 강세=선거 결과 중도 우파인 유럽국민당-유럽민주주의자 그룹(PPE-DE)이 전체 732석 중 269석으로 지난 회기에 이어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중도 좌파인 유럽사회주의자 그룹(PSE)이 199석으로 순위에서는 변동이 없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각 회원국의 기존 정당 후보자에게 투표하지만, 선출된 의원들은 정치 노선에 따라 정치 그룹을 결성해 활동하게 된다. PPE-DE에는 영국 보수당, 독일 기민당 연합, 프랑스 UMP 등이 속해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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