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그때 그장면' 되새긴 노르망디 60주년

  • 입력 2004년 6월 6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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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거행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 기념행사는 21발의 예포와 함께 시작됐다. ‘주인공’인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어 노르망디 미군 묘지에 헌화한 뒤 그날의 의미를 오늘에 되새겼다.

시라크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주도했던 미국에 감사를 표하고 “프랑스는 이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전날 타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로 연설을 시작하면서 “전쟁이라는 시련과 격동을 통해 프랑스와 미국은 분리될 수 없는 동맹이 됐다”고 화답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패전국인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참석해 승자와 패자 사이의 명실상부한 화해 분위기를 보여줬다. 독일 지도자가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기념식 하루 전인 5일부터 노르망디 해안과 인근 마을 곳곳에서는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D-1 행사의 서막을 올린 것은 미국과 프랑스 군인들로 구성된 낙하산 부대.

600여명의 낙하산병들은 생트 메르 에글리즈 마을 상공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의 상황을 재연했다. 이 마을은 60년 전 연합군이 본대의 상륙에 앞서 독일군의 후방 교란을 목적으로 낙하산 부대를 처음 투입했던 곳.

비슷한 시간 인근 랑빌 마을에서는 찰스 영국 왕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페가수스 다리 탈환’ 작전이 재연됐다. 당시 영국군은 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오른 강의 페가수스 다리를 탈환해 노르망디의 동부 지역 상륙 교두보를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찰스 왕세자는 그때 사용됐던 목제 글라이더의 복제품 제막식에 참석했다.

영국 참전용사들은 양귀비꽃 100만송이를 바다에 던지기도 했다. 전투에서 숨진 동료들이 흘린 피를 상징하는 것. 이들은 영국 포츠머스 항구에서 군함을 타고 행사장에 도착했다.

이번 행사에는 독일을 비롯해 미국 영국 러시아 등 당시 승전국과 패전국을 모두 아우르는 세계 16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프랑스 정부는 테러에 대비해 경보 태세를 ‘적색’으로 격상시키는 등 경계를 강화했다. 이를 위해 군인과 경찰 3만명을 동원했으며 대공포, 전투기, 헬기 등을 배치했다.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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