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개방 압력]중국 쌀, 한국밥상을 노린다

  • 입력 2004년 6월 1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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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쌀 시장에 대한 개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이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을 체결할 때 10년으로 정해졌던 쌀 관세화(농산물 수입을 자유화하되 관세를 물려 수입량을 조절하는 방식) 유예 기간이 올해 말로 끝남에 따라 쌀 수출국들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현재 한국과 쌀 재협상을 벌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쌀 수출국은 미국 중국 태국 호주 아르헨티나 이집트 캐나다 인도 파키스탄 등 9개국. 이들 나라는 저마다 잉여 농산물 처리와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한국 쌀 시장의 문을 열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쌀 수출국들의 전략과 한국 정부의 대응방안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본다.》

지난달 24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 징허(菁禾)유한공사 소속 도정(搗精)공장. 현대화된 도정시설 라인을 따라 창고에 보관돼 있던 벼가 쉴 새 없이 쌀로 가공되고 있었다. 하루 처리용량은 120t으로 연간 4만t의 고급 쌀을 가공할 수 있다.

쉬훙샤(許紅霞·39·여) 공장장은 “한국이나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고급 쌀을 생산하기 위해 2002년에 일본제 최신 도정기계를 도입했다”며 “한국 쌀 시장이 개방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쌀 재협상에서 가장 위협적인 상대로 꼽히는 중국이 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 등 고급 쌀 수요가 많은 나라를 위해 유기농 쌀 재배 면적을 늘리고 농민들에게 각종 세제(稅制) 혜택을 주는 등 세계 쌀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과 일본 시장이 주요 타깃=쌀 길이가 짧은 단립종(자포니카) 쌀을 많이 재배하고 있는 지린성 등 중국의 동북 3성 지역에서는 자포니카 쌀을 소비하는 한국과 일본 시장을 겨냥한 품종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종이 ‘연경 2호’다. 이 품종은 냉해에 강한데다 밥맛도 한국인이나 일본인에게 맞아 이미 관세화를 통해 쌀 시장을 개방하고 있는 일본이나 쌀 재협상 중인 한국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중국측은 기대하고 있다.

유기농법 장려책도 중국이 한일 쌀 시장을 겨냥해 꺼내든 카드 중 하나다. 한국과 일본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기 위해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쌀을 재배토록 유도하는 것. 고품질 쌀로 한국과 일본 소비자들을 사로잡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이를 위해 쌀 주산지인 지린성 지역 벼 재배면적의 10%를 유기농법 적용지역으로 지정해 농업용수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검사 결과 잔류 농약이나 비료 농도가 4년 연속 일정 수준 이하인 논에서 생산된 쌀은 수출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중국은 세계 쌀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민들에게 부과하는 각종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있다.

농업용수에 붙는 물세나 토지세 등은 아예 없애 1ha(약 3000평)당 900위안(약 13만5000원)가량 세금 부담을 줄였다.

농민들에게 물리는 농업세 세율도 지난해까지는 7%였지만 올해부터는 6%로 1%포인트 내렸다. 또 앞으로 정부 재정 상태에 따라 추가적으로 더 인하할 계획도 갖고 있다.

홍성재(洪性在) 주중(駐中) 한국대사관 농무관은 “현재도 중국산 쌀의 가격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세제 혜택까지 추가로 받으면 쌀 시장 개방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에는 아주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 대책은=농림부는 올해 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쌀 재협상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관세제도 정비 등을 통해 시장 개방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급격히 수입 물량이 늘어나는 물품에 대해 일시적으로 높은 관세를 물릴 수 있는 ‘탄력관세제도’를 적절히 활용할 계획이다.

또 검역 및 식품 검사제도를 강화해 값싼 외국 쌀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것을 간접적으로 견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창춘·베이징=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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