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개선문에 한국전 참전 기념 동판 설치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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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파리의 개선문에서 프랑스 노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 참전 기념동판 제막식이 거행됐다.-파리=박제균특파원
26일 파리의 개선문에서 프랑스 노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 참전 기념동판 제막식이 거행됐다.-파리=박제균특파원
‘유엔군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프랑스 대대 장병들에게.’

프랑스 파리의 한복판 개선문에 프랑스의 6·25전쟁 참전을 기념하는 동판이 들어섰다.

참전 프랑스 대대 장병을 기리는 내용의 이 동판은 개선문 바닥에 설치돼 26일 제막식을 가졌다.

프랑스의 혼이 담긴 개선문에 6·25전쟁 참전 기념동판이 설치된 것은 의미 깊다. 개선문에 설치된 참전기념 동판은 제1, 2차 세계대전과 알제리전쟁, 인도차이나전쟁에 이어 6·25전쟁이 5번째. 한국과 프랑스 보훈처가 지난해 11월 ‘20세기 한국-프랑스 공동 참전 전쟁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따른 행사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거행된 이날 제막식에는 6·25전쟁 참전 프랑스 재향군인 50여명이 참석했다. 노병들은 참전 당시 부대 휘장을 달고 더러는 지팡이에 의지해, 더러는 휠체어에 탄 채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일부는 애국가가 연주될 때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프랑스는 1950년 7월 27일 수원 지지대 고개 전투를 시작으로 연인원 3421명이 참전해 262명이 전사하고 1008명이 부상했다. 참전 군인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350여명이라고 프랑스 보훈처는 추산하고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샤를 드긴 한국전참전군인협회장(81)은 “프랑스의 자랑인 개선문에 기념동판을 설치한 것은 참전했던 전우와 전사자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장교로 참전했다는 필리프 푸벨(77)은 “함께 싸우다 전사한 전우들이 이 광경을 봤어야 하는데…”라고 아쉬워했다.

행사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서동열 재향군인회 부회장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갔던 군인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주는 프랑스와 달리 한국은 아직까지 참전군인에 대한 예우가 대단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개선문은 나폴레옹 1세 황제가 1805년 오스테를리츠 전투에서 거둔 승리를 기념해 건설했다. 바닥 중앙에는 프랑스를 위해 숨진 무명용사의 묘가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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