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기각 외신반응]“盧, 겸허히 국정수행 해야”

  • 입력 2004년 5월 16일 18시 53분


주요 외신들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을 일제히 주요기사로 다뤘다.

일부 외신들은 노 대통령과 여당이 “결코 자만해선 안 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사과 사실 강조=미국의 LA 타임스와 AP통신, 프랑스의 AFP통신은 15일 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중 ‘사과’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AP통신은 “비록 탄핵에 이르는 사유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정치적, 도의적 책임까지 모두 벗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목을 소개했다.

AFP통신도 담화문 중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인사들이 저지른 과오가 자신의 허물이라고 사과한 내용을 강조했다.

▽“한국 정치에 큰 변화 올 것”=한국의 탄핵 기각 결정은 민주주의 행로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4일자)가 논평했다.

이 잡지는 ‘곤경 탈출(Off the hook)’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 대통령은 여당의 승리와 탄핵 기각 결정으로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좌파성향(left-leaning) 정부를 이끌게 됐다”며 “이는 권위주의 체제를 떨쳐내고 반공 편집증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한국에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또 “전통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온 좌파진영은 이제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더 이상 ‘탄압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향후 과제=AP통신은 복귀한 노 대통령이 더딘 경제 회복과 북한 핵문제 대치 상황, 논쟁이 되고 있는 이라크 파병 등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선에서 약진한 열린우리당 내에서 ‘개혁노선 가속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강해 노 대통령은 직무 복귀와 동시에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안정과 개혁’을 선택해야할 형편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노 대통령이 ‘대립의 정치’에서 ‘타협의 정치’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노 대통령이 더욱 날카로운 좌파 성향의 정책을 추진할지 또는 점진적 개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지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논평했다.

▽“자만해선 안 될 것”=일본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일본과 미국에서는 한미일 3국의 협조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며 노 대통령은 단순히 동포의식만으로 움직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케이신문도 사설에서 노 대통령과 여당 모두 탄핵 기각이라는 결과에 자만하지 말고 겸허히 국정운영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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