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네루-간디家 '총리후보'로 부활

  • 입력 2004년 5월 13일 2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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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의 부인에서 총리 후보로….’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현 총리가 총선 패배로 사임하게 됨에 따라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부인이며 의회당 당수인 이탈리아 태생 소냐 간디(57)가 총리 후보로 부상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다.

또 이번 총선에서는 소냐 당수의 맏아들 라훌 간디가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아메티에서 출마해 당선, 정치 명문가의 4세대 정계 진출을 이뤄냈다.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를 비롯해 총리 3명을 배출한 가문의 영광이었다.

소냐 당수의 딸인 프리얀카 간디도 모친의 보좌역을 맡으며 총선에서 붐을 일으켰다. 이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인도 독립을 이끌고 국가 기반을 닦은 초대 총리 네루, 10년간 총리를 지낸 뒤 암살된 외동딸 인디라 간디, 어머니가 암살당하자 비행사 일을 접고 정계에 투신해 총리를 지낸 라지브 간디 등에 대한 국민의 향수가 큰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제1야당인 의회당의 굴람 나비 아자드 사무총장은 13일 총선 승리를 주장하면서 의회당이 집권 연정을 구성하면 소냐가 차기 총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자동차 도시 토리노 인근 오르바사노에서 1946년 태어난 순수한 이탈리아 혈통의 소냐 당수는 60년대 영국의 케임브리지대에서 공부하던 시절 남편인 라지브 간디를 만났다.

그는 68년 결혼해 간디 가문의 일원이 됐으며 83년 인도 국적을 취득했다.

소냐 당수는 91년 5월 라지브 간디가 총선 유세 중 암살당한 후 정치 명가의 전통을 이어갈 것을 요구하는 집안과 정치계의 집요한 공세를 뿌리치고 두 아이의 어머니 역할과 남편 이름의 자선사업에만 전념했다.

남편의 총리 진출도 극력 만류했던 보수 천주교 출신의 그는 결국 남편의 뒤를 이어 인도의 최고 정치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소냐 당수의 시외조부인 네루는 47년 인도 독립 후 초대 총리를 지냈으며 시어머니인 인디라 간디 여사는 84년 10월 시크교도 경호원에게 피살될 때까지 16년간 인도를 이끌었다.

인디라 간디 여사의 장남인 라지브 간디는 총리직을 승계해 88년까지 인도 최고지도자 자리에 있었으나 91년 5월 남부 타밀나두주에서 총선 유세 도중 폭탄테러로 급서했다.

▼집권당,경제성과 믿고 조기총선 오판▼

인도 총선에서 제1야당인 의회당 주도의 야당 연합이 집권 연정 전국민주연합(NDA)을 눌러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소냐 간디 의회당 당수는 이탈리아 출생으로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 출생 총리가 탄생하게 됐다.

집권 연정 NDA는 총선 패배를 시인해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의 사임은 기정사실화됐다. 총선에서 승리한 의회당은 13일 파키스탄과의 평화 협상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의회당이 새로운 연정 파트너를 찾기 위해 당분간 탐색전을 벌일 것이며 인도 정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성장과 파키스탄과의 평화 무드 등에 고무돼 당초 일정보다 6개월 당겨 총선을 치른 여당의 계산은 결국 오판이 됐다.

집권 연정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부각시켰지만 농촌지역에서는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야당 연합은 이 같은 농촌지역의 소외감을 집중 공략해 승리를 이끌어냈다.

카스트제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인도를 좀 더 세속으로 끌어내겠다는 소냐 간디 의회당 당수의 공약에 지지를 보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치 명가의 후예들이 가문을 부흥시킬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였다.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를 비롯해 총리 3명을 배출한 가문의 후예들이 집권 바라티야 자나타당(BJP) 연립 정권을 꺾겠다며 의욕을 불태운 것.

소냐 당수의 맏아들 라훌 간디는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아메티에 출마해 당선해 명문가의 5세대로 정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소냐 당수의 딸인 프리얀카 간디는 모친 소냐의 보좌역을 맡으며 총선에서 붐을 일으켰다.

이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인도 독립을 이끌고 국가 기반을 닦은 초대 총리 네루, 10년간 총리를 지낸 뒤 암살된 외동딸 인디라 간디, 어머니가 암살당하자 비행사 일을 접고 정계에 투신해 총리를 지낸 라지브 간디 등에 대한 향수가 큰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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