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현직 프리미엄’ 재선운동 논란

  • 입력 2004년 3월 5일 18시 49분


코멘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현직의 프리미엄을 활용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선거모금 행사에 참석하면서 대통령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이용하거나 공화당 선거조직의 활동에까지 백악관의 공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

워싱턴 포스트는 5일 부시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빌미로 선거자금 모금과 유세를 벌이는 등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선거특권’=3일 부시 대통령이 150만달러의 선거자금 모금행사 참석을 위해 이용한 교통편은 ‘에어포스 원’. 공무에 이용토록 되어있는 에어포스 원을 1시간 띄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3만5000달러 이상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 선거참모인 칼 로브의 급여를 정부에서 받아내고 있다. 백악관특보에 임명해 놓아 선거본부가 아닌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고 있는 것.

백악관은 또 주(州) 공화당 선거조직의 운동비용 중 일부를 백악관 공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1월 말 현재 부시 진영은 1억44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확보한 상태.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케리 의원이 겨우 21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확보한 데 비해 5배 이상 많은 자금이다. 케리 의원은 720만달러의 빚까지 지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예비선거가 실시된 곳을 곧바로 방문해 예비선거 효과를 희석시키는 선거운동을 벌이면서도 이를 모두 ‘공무 출장’으로 회계처리했다. 뉴햄프셔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예비선거 이틀 뒤, 미주리주는 1주일 뒤 각각 방문했다. 도심의 교통을 통제해 수십대의 차량이 고속 질주하는 것도 그가 갖고 있는 ‘시간’의 프리미엄이다.

▽9·11테러의 아픈 상처까지 활용=부시 대통령측은 국가적 비극인 9·11테러를 선거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4일 공개된 대선 광고는 모두 3편으로 제작비만 450만달러(약 54억원). 내용은 세계무역센터(WTC)의 잔해 속에서 펄럭이는 성조기와 구조요원들이 성조기로 덮은 시신을 옮기는 장면, 그리고 소방관들의 모습이 나온다. 부시 대통령이 부인 로라 부시 여사에게 “나는 미국을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 안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이에 대해 9·11테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토미 피는 “그라운드 제로에 있던 소방관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시 남편을 잃은 모니카 개브리얼은 “3000여 희생자들의 뺨을 갈긴 격”이라며 “9·11테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방관 노조는 “부시 대통령이 장비와 교육 문제에서 응급요원과 소방관들을 속였다”면서 광고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선거운동본부측은 광고를 강행할 뜻을 밝히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