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獨 ‘히잡’ 금지 논란

  • 입력 2004년 2월 11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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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독일에서 이슬람교 여성의 머릿수건(히잡)을 금지하는 법안이 잇따라 이 문제가 유럽과 중동에서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11일(한국시간) 이슬람교를 믿는 여성들이 프랑스 내 공립학교에서 머릿수건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다음달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며 쉽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학기부터 적용될 이 법안은 "프랑스 내 초, 중, 고교 구내에서 명백히 종교를 상징하는 표시와 의복을 금지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법안 통과를 두고 중동과 유럽 등에서 이번 조치가 '반 이슬람 감정'을 조장하는 일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집트 정치운동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2인자 모하메드 하비브는 "프랑스의 이번 조치가 아랍과 이슬람 지역에서 프랑스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은 법안 통과에 대해 "반 이슬람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매우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AFP통신은 인도 신문 '타임스'를 인용해 금주 말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이 인도를 방문할 때 시크교도들의 거센 항의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AFP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날 카이로에서는 프랑스산 제품을 불매를 요구하는 학생 시위가 있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히잡 금지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기 전부터 프랑스에서는 이슬람 여성들의 시위가 여러차례 있었으며, 10일에는 유럽 인권단체인 '인권을 위한 국제 헬싱키연맹'이 프랑스의 법안 통과에 대해 '인권침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유럽에서는 '히잡 파문'이 계속돼왔다.

한편, 독일에서도 이날 서부 헤센 주 다수당인 기독교민주당이 이슬람교 공무원들의 머릿수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주 의회에 제안해 유럽에서 '히잡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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