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생포 이후]<下>아랍圈 변화 계기될까

입력 2003-12-17 19:08수정 2009-10-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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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과 실망, 그리고 두려움….’

무기력하고 초췌한 모습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입을 벌린 채 미군 병사의 지시에 고분고분 구강 검사를 받는 장면은 아랍인들에게 치욕적인 느낌을 안겨 줬다.

무소불위 권력자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는 이 TV 화면은 권위주의적인 강권통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아랍 국가들에 경종이 될 것인가. 나아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말하는 대로 아랍권 민주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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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렇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랍세계의 친미(親美)화에 대항해 일부 세력은 더욱 급진적으로 흘러 중동정세는 여전히 불안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후세인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어라’=이스라엘 한 일간지는 14일자 1면 사설에서 “후세인 체포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등골이 서늘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랍권에서 권위주의 정치체제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대표적 독재국가로 이집트 리비아 튀니지 시리아 등이 꼽힌다. 이집트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1981년부터 통치하고 있으며 리비아는 카다피가 69년부터, 튀니지는 벤 알리 대통령이 87년부터 장기 집권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9·11테러 용의자 19명 중 15명을 배출하는 등 과격세력의 온상이 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내년 첫 지방선거를 실시키로 하는 등 개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이만 마잘리 요르단 전 부총리는 “(후세인 체포는) 민주주의가 중요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국민이 발언권을 가져야 하고, 지도자는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치분석가 다우드 알 시리안도 “압제적인 아랍 지도자들은 제대로 된 정치시스템과 인권, 민주주의가 없는 사회의 무력함을 직시하고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민주화 개혁 움직임과 함께 아랍권의 반미(反美) 성향이 친미 쪽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아랍인들은 이번 일로 싫건 좋건 미국의 위력을 다시 한번 체감했기 때문이라는 지적.

▽급진파 대두 가능성도 있어=하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활동은 더욱 급진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생포된 후세인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행위도 급진적 성향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인도네시아 영자신문 자카르타 포스트는 16일 지적했다.

후세인이 악명 높은 독재자이긴 하지만 아랍권에서는 아랍을 대표해 미국에 대항한 상징적인 인물로 후세인을 관대하게 평가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후세인이 체포된 뒤에도 후세인을 아랍의 ‘자존심’으로 여전히 추앙하는 집단도 아직 존재한다.

저명한 이슬람 학자인 아주마디 아즈라 국립 시야리프 히다야툴라 이슬람 대학 총장은 “후세인의 모습을 방영하는 것은 그를 지지하는 아랍인 가슴 속에 분노를 키워 오히려 급진주의를 출현시킬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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