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김석태/이라크를 알고 있나요?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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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태
이라크에서 한국인들이 테러 공격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먼저 죄책감이 들었다. 이라크에 10여 차례 드나들며 사업을 하고 있는 선배로서 어떤 식으로든 현지 상황과 안전 요령을 이들에게 전했어야 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처음 이라크 땅을 밟았을 때 긴장감으로 머리털이 쭈뼛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서 부대끼고 친해지면서 긴장은 누그러들었다.

현재 테러로 곤욕을 치르는 미국을 보는 나의 생각은, 미국이 이라크 문화와 이라크인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 알면 그만큼 위험도 피할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 가 봤지만 이라크인처럼 자존심 강한 민족을 본 적이 없다. 이라크전쟁은 이들에게 명백한 ‘침략전쟁’이다.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돌려준다는 명분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슬람 국가인 이 나라에서는 물건을 훔치면 손목이 잘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이라크인의 분노는 아직 생생하다. 이라크인 친구들에게 “후세인이 네 집에 온다면 미국측에 밀고하겠느냐”고 물으면 항상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후세인은 밉지만 외세를 상대로 싸우는 한, 가족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미국이 과연 이들로부터 테러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한국도 국익을 위해 파병이 불가피하다면 먼저 이라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라크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기본적인 안전 요령은 알고 있어야 한다.

티크리트는 현지인도 해가 지면 다니기를 기피하는 위험지역이다. 이런 곳을 다닐 때는 현지 경호팀을 대동해야 한다. 관공서에 가면 사설 경호원을 구할 수 있다. 또 단독으로 차를 몰지 않고 항상 고속으로 운행하며 도주할 도로를 염두에 둬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차를 멈춰서는 안 된다. 이에 앞서 현지에 가면 반드시 현지 관공서에 보고해야 한다. 안전 정보도 얻고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지금 이라크는 분명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기회가 자신과 가족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석태 재 중동 건설사업가 kuwait-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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