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최택열/'부안사태' 차분한 접근을

  • 입력 2003년 12월 5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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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택열
여름부터 계속되고 있는 전북 부안의 혼란 상황이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정부와 원전수거물센터 유치반대 대책위원회 간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전면투쟁을 벌이는 대책위와 강경진압에 나선 정부가 한 치 양보 없이 대치하고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결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과정에는 문제가 있었다.

대책위 지도부는 대다수가 환경운동가나 종교인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외부인들이다. 정부와의 협상 때도 5명의 대책위 협상대표 중 한 사람만 실질적인 부안 주민이었다. 유치 주무기관인 부안군청도 협상과정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정부가 협상 대상으로 정한 대책위는 말 그대로 유치에 반대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돼 있는 데도 마치 부안 주민 전체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처럼 잘못 이해되고 있다.

주민투표 문제와 관련해서도 주민은 소외돼 있다. 국민투표도 아니고 부안 주민만 참여하는 주민투표인데 왜 정부와 외부인들이 간섭하는가. 부안 주민은 외부의 ‘지도편달’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우민인가.

부안사태는 정부와 대책위 간의 대리전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주민 간의 반목도 주로 환경운동단체나 반핵단체 등에 의해 촉발됐다. 지금 부안에는 분노만 가득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공정한 주민투표는커녕 투표 이후 주민 사이의 화합도 기대할 수 없다. 주민투표를 하려면 그에 앞서 주민으로 하여금 원전수거물센터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각자의 생각에 따라 자유롭게 찬반의 뜻을 표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돼야 한다.

부안 주민은 지쳐 있다. 생업문제도 최악이다. 이번 일이 끝나면 외부인들은 떠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부안 사람들은 이곳에 남아서 어떻게든 먹고 살아가야 한다. 어디까지나 부안주민이 주체가 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안 주민이 차분한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실상을 파악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합리적인 분위기 속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면 그 결정이 뭐가 됐든 누구도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생업으로 돌아가고 싶다.

최택열 부안 원전수거물센터 유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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