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 대사관 경비’ 검토…“안전 직접 지키자”

  • 입력 2003년 12월 3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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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피살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일본 사회가 이라크 주재 대사관 직원과 앞으로 파견될 자위대원의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무장 자위대 병사에게 현지 일본 대사관의 경비를 맡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외교관 피살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단 파견도 현지 치안사정을 이유로 보류했다. 일본 정부는 파병반대 여론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조기 파병을 은근히 압박하는 미국을 의식해 내년 초 자위대를 보내기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자위대의 대사관 경비 논란=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은 2일 현지 공관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자위대원들이 경비를 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바그다드의 일본대사관은 지난달 중순의 발포사건 이후 20∼30명이던 현지채용 경호원을 50명으로 늘렸지만 급박한 상황을 감안할 때 전투 능력이 있는 군 병력의 배치가 시급하다는 것.

그는 “바그다드에서는 거의 모든 대사관이 자국의 군 또는 특수경찰에 경비를 맡기고 있으며 국가에 따라서는 대사관원 수를 웃도는 경비인력을 두고 있다”며 법을 고쳐서라도 자위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해외공관 경비는 주재국이 책임을 지는 게 원칙”이라며 “실현되기는 꽤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위대의 해외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 조항에 저촉될 뿐 아니라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으로 국한된 무기사용 기준을 확대하는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

그러나 자위대 역할 확대는 집권 자민당도 내심 원하는 바여서 자위대의 대사관 경비가 실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자위대의 파병 모범답안=자위대가 파병될 경우 희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되자 자위대측은 파병 관련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만들어 병사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가가와(香川)현에 본부를 둔 육상자위대 제2혼성단은 기자가 파병을 앞둔 심정을 물을 경우 ‘불안하지 않다. 평소 훈련을 열심히 하면 문제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하라고 지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부대는 이라크 파견과 관련한 취재대응 요령 6개항을 만들어 예하부대에 내려 보냈다.

한편 자위대는 대령급을 현지 파병 부대의 지휘관으로 임명했으며 일부 병력은 이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불가피” 대세=자민당은 외교 및 국방부 합동회의에서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견키로 한 정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일부 의원들이 “파견만을 전제로 할 것이 아니라 보내지 않는 방안까지 포함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파병불가피론이 대세를 이뤘다.

일본 언론은 이르면 9일 각의에서 자위대 파병 기본계획을 의결한 뒤 해를 넘기기 전에 방위청 장관이 파견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견 시기는 정하지 않더라도 파견 명령을 연내에 하는 것으로 미국측에 성의를 표시한다는 복안이라는 것이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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