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블레어 "1인치도 양보 않겠다"

  • 입력 2003년 11월 21일 0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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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0일 터키 이스탄불 폭탄테러 소식을 전해들은 직후 정상회담장으로 들어서면서 말을 잊었다. 여느 정상회담 때처럼 기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거나 손을 치켜드는 모습은 없었다.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이스탄불 테러에 관해 소리쳐 질문을 던졌지만 두 정상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묵묵히 회담장으로 들어섰다. 이스탄불 폭탄 테러는 이라크전의 전승국이자 최대동맹국인 미국과 영국의 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은 자유와 자유 국가들을 증오한다. 우리는 어디서든 ‘악(惡)’이 발견되면 뭉쳐 싸울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국빈 방문의 절정인 정상회담이 테러로 얼룩진 때문인지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블레어 총리만이 공격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비스듬히 서서 블레어 총리를 지켜보았다.

심지어 일부 기자는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의 정당성을 문제 삼기도 했으며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자유는 우리가 선물하는 것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미국의 푸들’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블레어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을 적극적으로 되받았다. 그는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의 일상생활과 무고한 시민들을 위협하는 ‘악’에 대해서 상기하게 됐다”며 “결코 물러서지도, 타협하지도, 주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결연하게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응답은 이 일(대 테러 전쟁)이 끝날 때까지 완강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라며 “1인치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 같은 공격으로 이라크에서 우리 양국이 맡은 책임을 줄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또 이라크 안팎의 테러공격으로 동맹국의 결속이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테러는 이라크에서 우리가 맡은 책임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이 같은 일은 이라크에서 테러리즘이 패퇴하는 그날까지 우리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블레어 총리의 고향이자 선거구인 북부 세지필드를 방문해 양국 정상의 관계를 과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의 정치적 위상을 겨냥한 20일의 테러로 이 방문이 당초 기대한 성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게 됐다.

한편 이번 테러 직후 프랑스와 러시아 등 서구국가는 물론 반미 이슬람권의 중심국인 시리아를 비롯해 이란과 요르단이 테러행위를 비난하고 나섰으며 범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TV도 테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아랍권 전반에까지 반 테러정서가 확산돼 주목된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테러 직후 자국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스탄불을 여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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