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받은 伊… 거센 “철군”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03년 11월 14일 01시 27분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12일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로 이탈리아 군경(軍警) 16명과 민간인 2명 등 18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자국민 피해자가 발생하자 이탈리아 전역은 비탄에 잠겼으며 야당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라크 철군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은 13일 이 사건을 ‘이탈리아의 9·11 테러’라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날 급히 나시리야를 방문한 안토니오 마르티노 국방장관은 테러 현장을 둘러본 뒤 9·11 테러 현장인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에 비유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테러의 사망자 18명에 대한 장례식 날을 ‘애도의 날’로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격적인 테러에도 불구하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카를로 아첼리오 참피 대통령은 “(이라크에서의) 우리의 역할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중도좌파 야당 지도자 프란체스코 루텔리는 “조만간 군 주둔 목적, 유엔 지휘의 필요성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좌파 정당도 철군론에 가세했다.



공산 PRC당 지도자 파우스토 베르티노티와 공산 PdCL 지도자 올리비에로 딜리베르토는 “파병은 실수였다” “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며 정부의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유럽 내에서 미국의 최대 우방 역할을 해온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대외정책도 비판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테러 직후 이탈리아의 한 통신사가 긴급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철군 의견과 주둔 유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로마=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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