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아프간 ‘대의명분 미녀賞’…“참가 자체가 여성의 용기”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9시 04분


‘미스 지구(Miss Earth)’ 선발대회에 아프가니스탄 대표로 참가한 비다 사마드자이(23)가 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대회 특별상을 받았다.

국제 미녀선발대회에 아프간 여성이 참가한 것으로는 30년 만이다. 사마드자이씨는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올해 처음 제정된 ‘대의명분 미녀(beauty for a cause)’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사마드자이씨가 현대 여성에게 새롭게 발견된 자신감과 용기, 정신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여권의 승리와 사회적, 개인적, 종교적 투쟁을 대표한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아프간에서는 예선 때 입은 그녀의 비키니 차림이 논란이 됐다. 아프간 대법원 파젤 아흐마드 마나위 부원장은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개 석상에서 비키니를 입은 것은 아프간 문화를 배신한 것이며 위법 가능성도 있다”며 “귀국하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마드자이씨는 비키니를 입은 것에 대해 “솔직히 불편했다”면서 “그러나 세계에 아프간의 실상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대회에 참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사마드자이씨는 아프간 여성 권익을 위한 단체를 설립했으며 자국 여성들을 돕기 위해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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