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00여명 맨해튼 호화아파트 소유" 뭉칫돈 美유입 가능성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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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의 센트럴파크가 바라다 보이는 아파트들. 전망 좋은 초호화 고층아파트는 2000만달러를 호가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미국 뉴욕시의 센트럴파크가 바라다 보이는 아파트들. 전망 좋은 초호화 고층아파트는 2000만달러를 호가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미국 뉴욕의 호화아파트 주인 가운데 한국 거주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한국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외국에 빌딩을 산 경우도 있다’는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의 말과 관련해 이런 돈이 뉴욕의 호화아파트로 흘러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호화아파트인 유엔본부 앞 트럼프 월드타워 376가구 가운데 한인 소유는 한국 거주자를 포함해 26가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주한국일보가 17일 보도했다. 이곳의 아파트 값은 보통 120만달러(약 13억8000만원)를 넘는다. 이곳을 포함해 맨해튼 내 3개 트럼프 콘도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한인은 80명이 넘는다.

트럼프 콘도를 비롯해 맨해튼에서 호화아파트를 소유한 한인은 200명 이상이며 그중 절반이 한국 거주자로 알려져 있다. 일부 대형 부동산 중개회사는 한국에 거주하는 고객을 위해 한인 데스크를 개설해 놓기도 했다. 한인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도 뉴욕지역에 100명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사는 교포들은 모기지(주택 장기할부금융)를 이용해 집을 사는 게 보통이지만 한국 거주자들은 현찰로 구입한다”고 전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미국에서 150만달러는 큰 돈이지만 서울에서는 20억원짜리 아파트 거래가 흔하기 때문인지 한국 부자들은 별로 겁을 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계 금융관계자는 “검은돈 여부를 떠나 한국 자금이 미국으로 활발히 들어온 시기는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직후부터 2001년까지”라면서 “부동산 매입도 이 기간에 활발했다”고 말했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의 고위관계자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자금 가운데 4분의 3은 세금이나 물가가 싼 캘리포니아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계 금융관계자는 “로스앤젤레스의 한국계 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자산이 2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한인 교포사회의 경제가 그다지 커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거액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부동산에 한국의 부동자금이 가세하면서 ‘비밀보장 달러화 교환’ 영업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 원화를 받으면 즉각 미국에서 이에 해당하는 달러를 내준다는 것. 고가의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한 돈을 미국으로 반입하는 수단의 하나로 거액의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를 사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유학 등이 많아지면서 한국 거주자가 미국에 주택을 구입하는 일은 이미 다반사가 돼버렸다.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는 한국 거주자가 매입해 세를 놓은 주택이 적지 않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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