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3년 식물인간’ 급식튜브 제거…남편 요구 수용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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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3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온 여성의 생명줄인 급식튜브가 남편의 요구에 따라 15일 끝내 제거됐다.

플로리다주 피넬러스 파크의 테리 쉬아보(39)는 26세 때 졸도로 뇌를 심하게 다친 뒤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지금까지 급식튜브로 영양을 공급받으며 살아왔다. 튜브 제거로 혼자서 숨을 쉴 수는 있지만 급식이 중단됨에 따라 앞으로 7∼10일 정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의사들은 말하고 있다.

급식튜브 제거는 남편인 마이클 쉬아보의 요청에 따른 것. 부인이 인위적으로 연명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지만, 그녀의 친정부모는 한사코 급식 중단을 막아왔다.

양측이 법원에서 다툼을 벌여온 10년 동안 19명의 판사가 제각각 판결을 내렸고, 그 와중에 튜브 제거 명령도 세 차례나 나왔다. 2001년에는 튜브가 제거됐다가 법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돼 판사의 명령으로 이틀 만에 급식이 재개되기도 했다.

이 소송은 미국에서 식물인간의 죽을 권리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의사들은 테리씨 가족이 계속 치료를 원한다면 이를 중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남편이 선정한 전문가들은 그녀의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고 법원이 선정한 의사도 이에 동의했다. 주 대법원과 연방 대법원은 이 문제에 개입하기를 거부했다. 그동안 재판에서 테리씨의 친정부모는 사위 쉬아보씨가 다른 여성과 동거하면서 아이를 낳고 테리씨의 간호를 위해 적립된 기금에서 수십만 달러를 빼돌려 소송비용으로 사용했다며 “사위가 재혼을 위해 딸의 죽음을 원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쉬아보씨는 테리씨 보호자로서의 권한을 주장하기 위해 이혼을 거부해왔다.

뉴욕=홍권희특파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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