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요한왕자 “왕위보다 사랑”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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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요한 프리소 왕자와 약혼녀 마벨 비세 스미트의 최근 모습. -AP 자료사진
네덜란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요한 프리소 왕자와 약혼녀 마벨 비세 스미트의 최근 모습. -AP 자료사진
왕자는 ‘왕위’보다 ‘사랑’을 선택했다.

네덜란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요한 프리소 왕자(35)가 10일 정부가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왕위 계승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다.

네덜란드 법에 따르면 결혼할 때 정부와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한 왕족은 왕위에 오를 수 없다. 이 때문에 6월 요한 왕자와 약혼한 인권운동가 마벨 비세 스미트(35)는 시어머니가 될 베아트릭스 여왕뿐 아니라 얀 페테르 발케넨데 총리에게도 세 차례나 ‘면접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발케넨데 총리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요한 왕자의 결혼을 승인하지도, 의회의 승인을 요청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미트씨가 모든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스미트씨는 대학생 때 네덜란드 마약 밀매 조직의 보스 클라스 브루인스마와 알고 지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1991년 암스테르담에서 살해된 브루인스마씨는 다수의 살인과 마약 밀매에 연루된 인물.

스미트씨는 당초 ‘얼굴만 아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주 전 브루인스마씨의 옛 경호원이 TV에 출연해 “두 사람은 연인 사이였다”고 폭로하자 “그의 요트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으나 연인 사이는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네덜란드가 발칵 뒤집어졌다. 언론들은 2주째 스미트씨의 전력(前歷)에 대한 의혹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미트씨가 과거 수백만달러의 공금을 횡령한 모하메드 사시르비 전 보스니아 외무장관과 데이트했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박제균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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