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印 “아세안을 품안에”…6일 정상회담

  • 입력 2003년 10월 5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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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맹주’를 노리는 중국 일본 인도가 앞마당 격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갖가지 당근을 제시하며 총력 경쟁에 나서고 있다.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막되는 아세안 정상회담을 앞두고 3국간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

특히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해온 중국과 일본은 ‘또 다른 실력자’ 인도가 가세하자 협상 전략을 재검토하면서 아세안의 환심을 살 묘안 찾기에 골몰해 있다.

이 와중에 한국은 경제 규모에서 세 나라보다 뒤지는 것은 물론 적극성까지 떨어져 아세안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목되는 인도의 행보=올해 처음 아세안 정상회담에 초청받은 인도는 중국 일본에 비해 후발주자라는 점을 의식한 듯 가장 적극적으로 구애 공세를 펴고 있다.

인도는 8일 아세안과의 정상회담에서 10년 내 FTA 체결을 목표로 공식 협상에 나서기로 합의할 계획이다. 인도 외무부는 “인도와 아세안의 기업인들이 참가하는 인도-아세안 비즈니스 회의를 이달 17, 18일 열겠다”며 “이는 인도가 아세안과의 관계 확대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의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는 인도-태국-캄보디아-베트남을 잇는 ‘동남아시아 횡단열차’ 건설을 공식 제안할 방침이다.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베트남과의 철도망 정비를 서두르는 데 대한 견제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안전보장 분야의 행보도 주변국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인도는 아세안과 △주권 및 영토의 상호존중 △분쟁의 평화적 해결 △테러에 대한 공동대응 등을 골자로 하는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지리적 인접성과 과거 역사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불가침조약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아세안 회원국들도 힘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중국 일본에 이은 인도의 접근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협상 가속화만 살길’…위기감 느낀 중국 일본=일본과의 경쟁에만 신경써온 중국은 영토와 인구 면에서 강점이 겹치는 인도의 등장에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세안 일각에 남아있는 ‘중국 위협론’을 잠재우기 위해 인도처럼 상호불가침을 다짐하는 우호협력조약을 맺기로 했다.

또 FTA의 전단계로 아세안 회원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농산물 관세를 내년부터 대폭 삭감하는 한편 관세 인하품목을 2006년까지 600개로 늘릴 방침이다.

일본은 정부개발원조(ODA)의 동남아 배정을 늘리겠다는 약속으로 아세안의 환심을 사면서 2005년 FTA 교섭을 시작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할 계획. 다만 11월 총선거를 앞두고 농산물 분야의 양보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연말경 일본-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을 별도로 유치해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중국 일본 인도가 세계 총생산(각국 GDP의 합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기준으로 20%에 육박한다. 1997년 통화위기 이후 경기 침체로 홀대받던 아세안은 3국의 경쟁을 지렛대 삼아 몸값을 높이면서 유럽연합(EU)을 모델로 역내 정치경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일본 인도의 공세에 묻혀 한국 정부가 제창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조명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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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印, 올해 첫 참여… ‘아세안+3’ +1로▼

아세안 정상회의는 1997년부터 ‘아세안+3(한중일)’ 형태로 운영돼왔다. 아세안 창설 30주년을 계기로 한중일 3국을 대화 상대국으로 초청하면서부터였다. 동남아와 동북아의 연대였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다르다. 인도가 처음으로 참여하면서 ‘아세안+3+1’이 됐다. 대화의 범위가 남아시아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아세안 내 포럼인 동아시아비전그룹(EAVG)이 중심이 돼 ‘아세안+3’를 ‘동아시아 정상회의’로 발전시키려는 구상도 다소의 수정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인도의 참여가 성사된 배경에는 인도와 아세안간의 교역규모 확대 외에도 중국-인도간, 미국-중국간 정치군사적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2000km에 달하는 국경문제로 1962년 군사적 충돌까지 벌일 만큼 오랫동안 갈등관계였다.

그러나 미국이 9·11테러 이후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해가고 있다고 판단한 중국은 미국과 인도의 관계강화 움직임을 견제할 필요를 느꼈고, 이는 6월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의 사상 최초 중국 방문으로 결실을 맺었다.

인도와 미국은 9·11테러 이후 군사협력을 재개했을 뿐 아니라 5일부터는 인도 남부 해안에서 양국간 최대 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중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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