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8월 25일 18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올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대미(對美) 수출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최대의 수출시장이 된다는 뜻.
또 한편에서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노사문제, 고임금 등을 피해 잇따라 중국으로 빠져나가 산업공동화(空洞化)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값싼 임금과 기술개발로 빠른 속도로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
‘기회이면서 위기’이기도 한 중국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국내 창업투자회사인 KTB네트워크의 초청으로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장구이린(張貴林) 베이징(北京)시 중관춘(中關村) 과기원구 관리위원회 부주임, 장궈유(張國有) 베이징대 대학원 부총장, 예리닝(葉麗寧) 베이징대 과기원구 건설공사 총재 등 3명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현준(趙顯埈·세계지역연구센터 중국팀장) 박사 등이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한국 경제의 선택’을 주제로 대담했다.
▽조현준 박사=1978년 개혁 개방 이래 중국은 연평균 9.4% 성장했다. 세계은행 등은 앞으로도 2020년까지 연 7%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국유기업 개혁, 불량 채권, 높은 실업률, 에너지 부족, 외국과의 통상 마찰 등 난관도 많다. 경제성장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장궈유 부총장=중국의 경제성장이 정상적인 추세를 계속하면 매년 7% 가량은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급속히 도시화하고 농촌지역에 대한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소비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 약 5억인 도시 인구의 소득증가와 7억이 넘는 농촌인구에 대한 집중적인 개발로 국내 소비시장이 커지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을 지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구이린 부주임=최근 물막이가 끝난 싼샤(三峽)댐 건설로 중국 서부 대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비교적 낙후했던 서부지역이 발전해 균형 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장 부총장이 말한 국내 시장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
▽예리닝 총재=과거와 같은 높은 경제성장을 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매년 5% 이상은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 부총장도 소비 잠재력에 대해 언급했듯이 중국에서는 한해 호주 인구만큼 늘어나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조 박사=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上海) 세계박람회는 중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장 부주임=올림픽을 계기로 베이징은 대대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단순히 스포츠 행사로 끝나지 않고 중국 및 베이징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획기적인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이른바 ‘올림픽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도 세계박람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도시로 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 총재=세계적인 행사를 치르면서 중국 사람들의 가치관이 개방화 국제화로 바뀌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경제를 한 단계 성숙시킬 것이다.
▽조 박사=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다. 특히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한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차이나 드림’을 이룰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다.
▽장 부주임=현대차는 베이징에서 같은 배기량의 다른 어느 선진국의 승용차보다 싸고 인기가 높아 일단 합작은 성공적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도 급속히 성장하는 추세여서 전망도 밝다. 다만 중국은 이미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어 가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조 박사=정보기술(IT) 제품 등 한국과 중국간 제품 경쟁력 차이는 어느 정도라고 보고 있나.
▽장 부주임=많은 전문가들은 휴대전화의 기술 및 디자인 등 종합적인 경쟁력은 2, 3년 이상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격차를 좁히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박사=최근 한국에서는 경제특구 또는 경제자유구역 설치 등으로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로부터 역차별 논란도 나온다. 중국은 ‘특구’ ‘개발구’ 등이 홍수를 이루고 있을 만큼 많은데….
▽장 부주임=개발구 등에서 역차별 논란은 없다. 법인세 면제 등 혜택은 내외국 기업에 같이 적용되는데 외국기업들이 주로 이용한다. 국내에는 투자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조 박사=중국 경제 발전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 사실이다.
▽예 총재=양국은 경쟁 대상이기보다 동반자, 협력의 대상으로 서로 윈-윈 할 여지가 많다. 한국이 중국을 동반자로 삼지 않으면 멀리 있는 다른 나라가 중국을 동반자로 삼는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은 ‘중국이라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장 부주임=양국은 거리가 가깝고 문화도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한국 업체에 큰 시장을 줄 것이다. 임금이 싸 거대한 생산기지로 삼을 수 있다. 서로 비교 우위가 있는 분야별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는 관계가 될 것으로 믿는다.
▽장 부총장=중국의 거대 흡입력은 저항할 수 없는 힘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각국이 비교우위를 잘 발휘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참석자 ▼
장구이린<베이징 증관춘과기원구 부주임>
장궈유<베이징大 과기원구 건설공사 총재>
조현준<대외경제연구원 중국팀장>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