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美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前-現 대통령 대리전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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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로 예정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주민소환투표 및 보궐선거 운동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레이 데이비스 현 주지사(민주)에 대해 380억달러의 재정적자 책임을 묻는 이번 투표에서는 차기 주지사 후보에 대한 투표도 함께 실시하므로 사실상 새로운 주지사 선거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과 뉴스위크 최신호(8월 18일자)는 강력한 주지사 후보로 부상한 할리우드 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공화)를 동시에 표지인물로 올렸다.

올 들어 두 잡지에 동시에 표지인물로 오른 이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클린턴과 부시의 대리전=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선거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민주)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뛰어들어 이들의 대리전 성격을 띨 것이라고 전했다.

2000년 대선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패배한 부시 대통령은 14, 15일 캘리포니아를 방문해 자신의 내년 대선자금 모금과 슈워제네거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 중립을 지킬 것이라던 백악관 발표와 달리 부시 대통령은 8일 “슈워제네거는 훌륭한 주지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스 주지사와 오랜 친분을 나눠온 클린턴 전 대통령도 지난주 시카고에서 그를 만나 선거전략을 협의했으며 매일 통화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영화배우 슈워제네거를 공략하려면 데이비스가 ‘경영 마인드를 갖춘 냉철한 행정가’라는 점을 부각시키라고 주문하고 있다. 클린턴의 지원은 부인 힐러리 상원의원이 장래 대선에 출마할 경우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슈워제네거는 재테크에서도 ‘터미네이터’=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0일 슈워제네거가 영화 출연료로 3억달러를 벌어들인 것 외에도 다양한 재테크로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재산 총액을 당장 가늠하긴 어렵지만 그는 100여개 벤처기업에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19개 기업에는 100만달러 이상씩 투자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 최고의 주식투자자 워런 버핏의 투자펀드 및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운영하는 초특급 펀드 및 각종 부동산에도 투자하고 있다.

보잉747 항공기 대여, 피트니스센터 운영, 헬스기구 판매, 레스토랑 체인 ‘플래닛 할리우드’ 투자 등도 막대한 부를 가져다줬다. 그의 재테크 실력은 능력 있는 주지사감이라고 홍보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타임과 뉴스위크의 슈워제네거 평가=두 잡지는 그가 영화 속 이미지를 넘어서 진지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화배우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거쳐 백악관 주인이 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확고한 정치적 원칙과 지지 기반, 오랜 정치경험을 바탕으로 주지사에 도전했지만 슈워제네거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또 부인 슈라이버가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 출신이지만 그는 독자적으로 명성을 쌓았기 때문에 처가 쪽에 의지할 일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네디 가문의 정치인들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어서 지원을 받기 힘들 것이라는 것.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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