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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3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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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좌파는 왜 미국을 증오하는가(Why the left hates America·2002)’다. 우리말 제목은 공세적인 느낌의 원제와 큰 거리가 있어, 이렇게 번역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이 책은 미국 우파의 시각에 입각해 미국 내 좌파 지식계에 ‘만연한’ 반미 혹은 혐미(嫌美)주의를 공격하고 있다. 유럽과 제3세계 등의 반미인사 또는 경향은 논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저자는 외부 세력에 희생당한 9·11테러 이후 일부 지식계 인사들이 이를 오히려 자국에 대한 비판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며 맹공을 가한다. 이런 상황은 제1차세계대전 이전부터 미국 좌파 지식계급에 만연해온 왜곡의 전통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을 악덕이 만연한 국가로 왜곡하기 위해 좌파들은 몇 가지 거짓을 전파하고 있다. 미국은 좌파들의 선전과 달리 다민족 국가 중 가장 인종차별이 적은 나라다. 1970년 이래 흑인들의 1인당 소득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2배 이상 증가했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선전도 마찬가지다. 극빈계층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점유하는 몫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전체 경제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며 극빈층의 실질소득은 33% 이상 증가했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라는 선전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 납세자들은 해외 원조를 위해 2조달러 이상을 부담했으며 개발도상국들의 성장률은 미국을 훨씬 상회한다. 또 미국이 환경 파괴의 선두주자라는 주장 또한 모함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납 배출량은 75년 이래 10분의 1 이하로 감소했으며 산림 면적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실린 출판 관련 저널과 독자들의 서평은 엇갈린다. 비판적 서평의 핵심은 ‘미국이 가진 문제의 핵심들을 비켜가고 있다’는 것. 이 책에서 자유 민주 평등 등 미국이 가진 우월한 가치를 옹호하고 있지만, 미국이 제3세계에 끊임없이 개입하면서도 이런 가치를 수출 또는 이식하는 데는 게을렀다는 사실을 논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저자는 미국의 보수세력 그룹 중에서도 ‘사상 스펙트럼의 오른쪽’에 위치한다고 꼽히는 ‘애큐러시 인 아카데미아(Accuracy in Academia)’의 대표. 주로 ‘내셔널 리뷰 온라인’ ‘폭스 뉴스’ 등 보수 성향의 매체에 기고와 출연을 해왔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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