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할린섬 외부인 출입 통제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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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당국이 지난달부터 극동 사할린섬에서 외부인의 출입과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할린의 수산물 밀수출을 놓고 다른 마피아조직과 갈등을 빚어 지난달 부산에서 살해된 야쿠트파 두목 바실리 나우모프 피살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당국이 ‘왕게 등 수산물 밀수출에 연관된 외부 범죄조직의 상륙을 막는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살해사건을 계기로 사할린에서 일본 등으로 밀수출되는 수산물 규모가 연간 13억달러에 이른다는 사실 등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자 러시아 정부가 뒤늦게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 외국인이나 본토에서 온 러시아인이 주도(州都)인 유주노사할린스크 시내를 벗어나려면 경찰과 국경수비대의 특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창 진행 중인 사할린 유전과 가스전 개발사업을 위해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외국인 기술자와 본토에서 온 러시아인 노동자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할린에는 현재 미국계 기업만 400여개가 있다.

일간 모스코 타임스는 “숙소는 시내에, 공사현장은 시외에 있는 한 외국인 기술자는 출퇴근 때마다 출입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출입허가를 받는 데는 빨라야 3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캐나다인 엔지니어는 “현지에서 바로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아 3개월마다 가까운 일본이나 한국으로 나갔다가 재입국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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