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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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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대상자가 생겨날 때마다 사설 경비회사는 당국의 의뢰를 받아 이들의 집 내부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다. 보건당국은 수시로 격리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감시 카메라를 작동토록 독려하는 한편 그의 모습이 경비회사 모니터에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한다.
당국의 전화를 연속해 받지 않거나 카메라 작동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대상자에게는 팔목에 발신장치를 강제로 부착한다. 집밖에 나가기라도 하면 즉각 내무성에 신고돼 벌금을 물어야 한다. 위반행위가 계속되면 구속까지 될 수 있다고 당국은 경고하고 있다.
| ▼관련기사▼ |
| - 중국 '사스와의 전쟁' 선언 - FT "사스 바이러스 출처 동물기원설 유력" - 대만, 사스 확산 감염자 98명 |
사스 파문이 장기화되자 동아시아 각국에서 사스 감염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 행위가 빚어지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일 보도했다. 조지 오웰이 경고한 '감시사회'에 대한 공포가 사스로 인해 21세기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싱가포르의 경우 격리 대상자는 집안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이 고스란히 경비회사 모니터를 통해 노출된다. 당국의 이런 조치에 대해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지만 "더 이상의 감염을 막으려면 엄격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태국 정부는 중국 홍콩 등 감염지역을 여행하고 귀국한 사람에게 사스잠복 기간인 10일간 집이나 호텔에서 대기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도 중국에서 귀국한 사람에 대해 비슷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 조치가 시행된 뒤 태국 보건당국에는 직장동료의 위반 사실을 알리는 신고가 여러건 접수됐다. 한 직장인은 "회사 상사가 감염지역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됐는데도 집을 벗어나 활동하고 있다"고 '밀고'했다.
중국 내몽골자치구의 공항당국은 지난달 23일부터 감염자의 항공기 탑승을 신고하는 주민에게 500∼3000위앤의 사례금을 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시는 28일 발표한 감염방지대책에서 "시민들은 사스환자 또는 사스환자와 접촉한 사람의 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환자 은폐사실이 드러나면 책임을 묻겠다'고 중국 고위층이 엄포를 놓자 각 지방에서는 감염여부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사람을 전부 보고하느라 법석을 떨고 있다.
고열증세만 보여도 당국이 직권으로 격리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두려움을 호소하는 주민도 늘고 있다. 중국 상하이(上海)시내의 호텔에 들어가려면 입구에서 체온계를 통과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고열로 판정되면 곧바로 전문의료시설로 강제 이송된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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