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後복구 논의 아직 '게걸음'…이라크 채무규모 조사만 합의

  • 입력 2003년 4월 25일 19시 05분


전후 이라크 재건을 위한 복구 과정에서 나름대로 잇속을 챙기려는 각국의 속내가 달라 벌써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은 24일 이라크전쟁 이후 첫 모임을 가졌다. 파리클럽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19개 서방국가가 회원인 공공 채권국 모임. 채무 불이행 국가의 채무 이행 조건과 일정 등을 조정하고 있다.

이라크의 대외 공공 부채는 걸프전 배상금을 빼고도 1270억달러(약 152조4000억원)가량. 매년 생산할 수 있는 석유를 모두 내다 팔아도 200억달러를 넘지 못하는 이라크에 이처럼 천문학적인 부채는 감당 불능이다. 부채 탕감이 필수적인 만큼 이날 파리클럽의 논의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파리클럽은 모임이 끝난 뒤 △이라크 채무 문제에 개입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라크의 총 채무 규모를 조사할 것이라는 내용의 간단한 성명서만을 냈다.

파리클럽이 보다 깊은 논의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이라크 채권에 대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 미국은 주요 채권국인 러시아(160억달러), 독일(40억달러), 프랑스(17억달러)에 반전의 대가를 치르라며 채무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채무 탕감은 이라크 복구 사업과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사건건 참전국과 반전국의 이해가 엇갈리자 유럽의 참전국 대표인 영국과 반전국 대표인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은 24일밤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절충을 시도했다. 그러나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같은 날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프랑스는 반전의 대가를 치를지 모른다”고 경고, 분위기를 어색하게 했다.

한편 미국은 대(對)이라크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과도정부 수립 전까지 유엔이 석유 수입을 통제하는 골자의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미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25일 보도했다. 결의안에는 과도정부 수립 전까지 미국과 참전 동맹국들이 유엔에 자문해 이라크를 관장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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