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아지즈부총리 투항"…사하프 공보장관은 자수시도說

  • 입력 2003년 4월 25일 19시 03분


이라크를 대표하는 ‘얼굴’로 세계 무대에 널리 알려져 있는 타리크 아지즈 전부총리(67·사진)가 미군에 투항했다. 미 중부군사령부는 그가 24일 밤 투항했으며 바그다드의 모처에 감금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은 수배 목록에 올린 이라크 수뇌부 55명 가운데 12명을 체포했다. 3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아지즈 부총리는 이라크 최고 의사결정기관이었던 혁명지휘위원회 8인 위원의 하나로 지금까지 체포된 이들 중 최고위급이다.

온화한 용모에 영어가 유창한 그는 이라크가 이란과 전쟁 중이던 83년 외무장관이 됐으며 84년에는 이라크와 관계가 소원했던 미국으로 건너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지원을 얻어냈다.

그는 91년 걸프전 당시 세계 언론을 상대하는 ‘이라크의 얼굴’로 활약했다. 미국과 유엔이 이라크를 비난할 때마다 반격에 나섰으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국제사회의 범죄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번 전쟁 전에는 프랑스 러시아 등의 지원을 얻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개전 전에는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는 36년 이라크 북부 모술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바그다드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50년대 바트당에서 당보를 만들면서 후세인과 인연을 맺었으며 70년대에는 공보장관으로 일했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과 고향(티크리트)이 같은 이들로 이뤄진 핵심 측근들인 ‘티크리트 그룹’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개전 후 후세인 대통령과 함께 방공호를 옮겨 다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그러나 체포된 이들이 차츰 후세인의 핵심 측근 그룹 쪽에 가까워 가고 있어서 후세인 대통령의 최종 행방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부시도 웃긴 ‘이라크의 입’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모하메드 알 사하프 이라크 전 공보장관(사진)의 독설을 듣던 중 무릎까지 치면서 웃은 적이 여러 번 있다고 24일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24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사하프가 말하려고 한다고 알리면 나는 회의까지 중단하고 TV를 지켜봤다”면서 “그는 대단했다(great)”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우리가 사하프를 고용해 거기(이라크)에 보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면서 “그는 걸작(classic)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그것 들었습니까, 저것 봤어요’ 하며 보고하기도 해 전해들은 것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라크전쟁 당시 국내외 전황 인터뷰를 맡아 ‘호언 장담’을 남발했던 사하프 전 장관은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

포르투갈 일간지 디아리오 데 노티시아스는 그가 바그다드 빈민가의 한 집에서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여성의 방’에 피신해 있다고 24일 전했다. 신문은 바그다드의 한 빈민이 현지의 자사 기자들에게 접촉해와 사하프를 자수시키겠다며 이 같은 사실을 알렸으나 자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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