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러시아 마피아의 '해방구'

  • 입력 2003년 4월 18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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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러시아 마피아들이 암약하는 극동지역 본거지로 이용되면서 대형 국제범죄의 무대가 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들은 외국인 선원들의 출입이 잦아 상대적으로 보안이 허술한 부산에 선원이나 관광객을 가장해 잠입한 뒤 마약과 총기밀매, 러시아여성 불법취업알선 돈세탁 등에서부터 합법적인 수산물거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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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러시아 마피아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이번 총격사건은 이미 이들의 폭력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을 반증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의 범죄 급증=부산경찰청은 지난해 2월 러시아 마피아의 조직원인 U씨(28·여)로부터 대량의 대마초를 구입해 피워온 외국인 영어강사와 내국인 등 22명을 적발했다.

2001년 9월에는 러시아 마피아인 '바소 패밀리' 조직원 8명이 부산 동구 초량동 속칭 '텍사스촌' 일대에 거점을 잡고 헤로인과 해시시 등 수억원대의 마약류를 외국인선원 등에게 판매하다 적발됐다. 98년부터 국내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이들은 마약밀매 뿐만 아니라 불법체류중인 중동인들을 모집해 러시아 선박에 몰래 승선시켜 일본 홋카이도로 밀출국시키는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질러왔다.

99년 7월에는 한국과 러시아 사이의 무역과정에서 발생한 채무해결에 개입해 청부폭력을 행사한 러시아 마피아 '샤텐로브스카야'의 중간 보스인 발레리(41)가 부산경찰청에 구속됐다. 특히 발레리가 대표로 있는 위장무역회사의 예금통장을 통해 거액의 외화가 입출금되고 이중 일부가 미국 뉴욕으로 송금된 사실이 드러나 마피아조직이 우리나라를 아시아진출의 거점이나 돈세탁 장소로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에는 8000여개의 폭력단이 활개를 치고 있으며 이중 200여개는 한국과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의 폭력조직과 연계돼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총기반입=러시아 마피아와 선원들이 반입하는 총기는 상당 수량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전혀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 이번 범행에 사용된 러시아제 총기도 세관의 감시를 뚫고 부두를 통해 반입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촌' 일대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권총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처럼 통하고 있으며 국내 조직폭력배들도 이미 마피아와 선원들을 통해 총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조폭들끼리 총격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2001년 10월 러시아 선원 빅토르(32)는 부산 사하구 감천항을 통해 권총을 밀반입해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고, 같은해 2월에는 유고슬라비아 선원이 실탄 1750발을 밀반입하다 적발됐다.

이에 앞서 96년 3월 부산경남본부세관은 러시아제 5.5구경 소음기부착 권총 1정을 강모씨(53)에게 미화 400달러에 판매한 러시아 선원 2명을 구속했다.

총기는 주로 러시아 선원들이 감시가 소홀한 감천항이나 부산지역에 19개가 산재한 수리조선소 등을 통해 육상으로 반입돼 100∼400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단속실적은 거의 없다.

▼허술한 항만경비=부산지역 항만과 수리조선소 등에는 항상 70∼80척의 러시아 선박이 정박하고 있고 있으며 1척당 30∼40명의 러시아 선원들이 승선하고 있다.

이들 선원들은 선원수첩만 있으면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30일짜리 숏패스(임시 상륙허가)를 받아 자유롭게 육상으로 올라올 수 있다.

러시아 마피아가 선원으로 가장해 선원수첩을 가지고 있을 경우 쉽게 국내로 잠입할 수 있으며 수리를 위해 조선소에 들어온 선박의 경우 6개월에서 1년까지도 머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신분을 속이고 장기간 국내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특히 부산 영도구와 사하구 등에 산재한 수리조선소는 감시 인력이 부족한데다 현실적으로 넓은 지역을 항상 감시하는 것이 불가능해 러시아 마피아들에게는 '해방구'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총격사건을 일으킨 범인도 선원을 가장해 입국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경찰은 의심이 가는 러시아선박들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수색에 나섰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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