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러시아人끼리 총격… 2명 死傷

  • 입력 2003년 4월 18일 00시 22분


코멘트
폐쇄회로에 잡힌 총격장면폐쇄회로 TV에 잡힌 17일 부산 영도구 B아파트 러시아인 총격사건의 용의자.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겨누고 있는 용의자 뒤로 이 총에 맞은 러시아인 1명이 쓰러져 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폐쇄회로에 잡힌 총격장면
폐쇄회로 TV에 잡힌 17일 부산 영도구 B아파트 러시아인 총격사건의 용의자.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겨누고 있는 용의자 뒤로 이 총에 맞은 러시아인 1명이 쓰러져 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러시아인들끼리 총격으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러시아 마피아 관련 여부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17일 오후 8시6분경 부산 영도구 영선2동 B아파트 101동 현관 앞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30대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이 아파트로 들어가던 다른 러시아인 2명에게 총탄 10여발을 발사했다.

이 사건으로 러시아인 나우모브 와실리(40대 중반)가 머리 등에 5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으며, 니콜라이 안드레이비치(37)는 복부와 엉덩이에 각각 1발씩을 맞고 쓰러져 인근 영도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나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관련기사▼
- 러시아인 피격, 총기안전지대 옛말

이 아파트 경비원 임모씨(60)는 “‘퍽 퍽 퍽…’ 하는 소리를 듣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달려가 보니 한 명은 피를 흘린 채 엎드려 쓰러져 있고 다른 한 명은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어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소음기가 달린 러시아제 권총 2정과 탄피 10여발을 수거했으며 범행 장면이 찍힌 아파트 폐쇄회로(CC)TV 비디오 화면을 확보해 달아난 범인의 추적에 나섰다. 이 아파트 902호는 러시아 수산물수출입 회사인 레기온 소속 직원들의 숙소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또 현장 주변에 있던 러시아인 카르고 포로브(27)를 붙잡아 사건 경위를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마스크와 검은색 모자를 쓴 범인이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서는 러시아인 2명의 뒤를 따라와 권총 1정을 들고 피해자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다 총탄이 떨어지자 다시 다른 권총을 꺼내들고 쏜 뒤 권총 2정을 현장에 버리고 달아났다.

경찰은 포로브씨가 “우리들은 선박수리 기술자이다. 동료의 숙소인 아파트에 왔다가 사건현장을 발견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뒤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원한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보는 한편 국내에 들어온 러시아 마피아가 이권과 관련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인 피격 사건의 수사 결과 ‘루스카야 마피아’라고 불리는 러시아 범죄 조직이 관련이 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큰 파문이 예상된다. 이미 러시아 범죄 조직의 진출로 ‘골치를 썩고 있는’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 등에 이어 한국도 러시아 범죄 조직의 활동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한 치안 전문가는 “이번에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처럼 소음기가 달린 총기에 의한 저격은 총기 소지가 어려운 한국에서는 드문 전형적인 ‘러시아 마피아’식의 청부 살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총기에 의한 청부살인이 일상화돼 있어 최근 수년간 여성 하원의원, 주지사, 국영방송 사장, 석유기업 임원, 은행장 등 고위 인사들까지도 비슷한 방식으로 살해된 예가 많았다.

소련 붕괴 후 시장개혁과 사회 혼란을 틈타 급성장한 러시아 마피아는 1990년대 말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러시아 내무부는 전국의 230여 대규모 범죄 조직 중 70여개가 이미 외국과 연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