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최후의 一戰’ 숨죽인 바그다드

  • 입력 2003년 4월 4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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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4일 바그다드의 코앞인 사담국제공항을 장악했다. 바그다드의 관리들은 그간 시민들에게 “수주 후 미군 포위에 대비하라”고 말해왔으나 이는 훨씬 빨리 현실화됐다.

미군이 앞으로 어떻게 바그다드를 공략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98년 저서 ‘세계 변동’에서 “우리는 결코 바그다드로 들어가선 안 된다. 우리 군은 부서지고, 후세인은 영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미영 연합군은 승기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영 특수부대원 수십명은 3일 오후 9시경 발생한 바그다드 정전사태 때 시내로 잠입했으며 이어 바그다드에 공습이 이어졌다.

그러나 미군은 곧장 시내로 돌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서히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면서 그의 소재지가 파악되면 기습공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후세인 정권에 불만이 큰 바그다드 내 시아파 주민들의 민중봉기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쓸 수 있다고 시사했다. 시아파들은 바그다드 북부에 많이 살며 제101 공중강습사단 등을 이곳으로 보내 지원할 수 있다.

또한 미군은 본격적인 시가전 이전에 바그다드 외부로 빠져나올 통로를 확보한 후 시민들의 탈출로로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민군(民軍) 분리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과 병력이 많이 소요된다. 이라크군이 시민의 탈출을 막고 기아사태 등이 일어나면 아랍세계에 반미정서가 확산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 미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후세인 대통령과 부하들의 투항 여부와 상관없이 이라크전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국민들이 후세인 정권은 이제 끝났다고 여기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군이 대통령궁과 정부 청사, 방송국 등 상징적인 시설물들과 발전소 등 기간시설을 점령하고 이라크군의 저항을 상당히 무력화시키고 나면 ‘진행중인 승리(rolling victory)’를 선언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라크측은 바그다드에 현재 특수보안기구(SSO) 소속 민병대 7000명 안팎, 특수공화국수비대(SRG) 1만5000명 안팎을 보유하고 있다. 공화국수비대원 수만명도 서서히 바그다드로 들어오고 있다. 탁 트인 개활지에서 미군과 정면 대결했으나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BBC는 이라크측이 병력을 민간인과 완전히 섞이도록 한 뒤 매복 기습작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이라크측은 항공촬영을 피해 경기갑 차량들을 고가도로 아래 등지에 은닉해 놓고 있다.

△사담국제공항…병력-보급품 수송 요충지

미군이 4일 장악한 사담국제공항은 바그다드 전투의 승패를 좌우할 전술 핵심지역이다. 미영 연합군은 병력 무기 물자 수송을 위한 군사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공항 주변에는 후세인 대통령이 집무실로 쓰는 라드와니야궁 등 2개의 대통령궁과 특수공화국수비대 사령부, 화생방 무기공장으로 추정되는 시설 등이 산재해 있어 이를 뺏긴 것은 이라크군에 큰 타격이다. 미군은 4일 장악 즉시 이 공항 이름을 ‘바그다드 국제공항’으로 개명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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