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러시아도 미국에 화해 제스처

  • 입력 2003년 4월 4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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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침공에 반대해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해 오던 러시아의 입장에 변화가 보이고 있다. 러시아 지도자들이 미국과의 협력과 관계 복원을 희망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3일 "유엔을 통해 사태를 해결이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미국과 협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내에 팽배한 반미 감정에 대해 "심정은 이해하지만 결정을 내릴 때 감정은 도움이 안된다"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콜린 파웰 미 국무장관과 만나 "이라크 사태가 희생자를 최소화하면서 빠른 시일안에 해결돼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침공을 현실로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는 그동안 즉각적인 전쟁 행위 중지를 미국에 요구해왔다.

이러한 러시아의 입장 변화는 미국과 계속 대립할 경우 전후 받게될 불이익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전후 이라크 복구사업과 석유개발에 '반전 주도 국가'들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西)쿠르나 등 이라크 내 5군데의 유전개발을 추진해온 러시아는 자칫 이들 사업에 대한 기득권마저 잃게될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라크 유전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자루베지네프트사의 니콜라이 토카레프 사장은 언론과의 회견에서 "사업이 중단되면 우리 회사의 손해만 1억8000만달러(2257억원)로 추산되고 그밖에도 이라크에는 러시아의 경제적 이해가 많이 걸려 있다"며 이러한 우려를 대변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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