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美 전쟁계획 14개월간 20번 수정"

  • 입력 2003년 3월 24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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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개시된 이라크전쟁은 14개월 동안 20번 이상 전쟁계획이 수정됐으며 당초 계획보다 이틀 앞당겨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미국은 대규모 공습을 시작으로 9시간 후 지상군이 쿠웨이트 국경을 통해 이라크를 전면 공격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탐사보도 전문기자는 23일 ‘OPLAN 1003 V’로 명명된 미국의 이라크전쟁 계획의 수립 과정과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쟁계획은 2002년 1월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과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사령관에 의해 처음 작성되기 시작했다.

그 후 14개월 동안 럼즈펠드 장관 집무실에서의 회의와 국방부와 중부군사령부 본부를 연결하는 화상회의를 통해 전쟁 계획은 20번 이상 바뀌었다. 이 때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10번이나 보고를 받았다.

회의는 종종 2∼3시간 동안 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진행되기도 했다. 럼즈펠드 장관과 프랭크스 사령관의 수정과 질문 때문에 전쟁계획 체제가 이상해졌다.

프랭크스 사령관은 처음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이 소규모 지상군과 훨씬 많은 특수작전부대를 참가시키는 방안을 제시해 수개월 동안 밀고 당기기가 계속됐다.

최초로 작성된 전쟁계획은 지상군 공격에 앞서 14일 동안 공습하는 것이었으나 럼즈펠드 장관은 공습기간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마침내 9월 초 처음으로 만족할 만한 전쟁계획을 보고받았다. 그러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강력한 요청으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한 더 많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기 위해 유엔으로 가게 돼 6개월이나 시간을 끌게 됐다.

그 사이에 전쟁계획은 다시 다듬어져 1월에는 공습시작과 지상군 작전시기가 4일로 좁혀졌다. 91년 걸프전 때는 38일 동안 공습이 이뤄진 뒤 지상군이 투입됐다.

그러나 프랭크스 사령관은 2월 말 전쟁개시 전 48시간 동안 대규모 특수작전팀의 비밀배치를 제시해 결국 부시 대통령의 허가를 받고 실행에 옮겨졌다.

한편 지난해 1월29일 연두교서에서 이라크를 ‘악의 축’의 하나로 선언할 무렵에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 제거를 위한 포괄적인 계획수립 권한을 중앙정보국(CIA)에 부여하는 비밀정보 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이라크 반정부 단체들을 지원하고 정보수집을 확대하는 데 2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이에 따라 CIA는 지난해 6월 이라크에서 비밀작전을 개시했으며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전역에서 이라크인들과의 연계망을 확보했다.

무려 14개월에 걸친 수정보완 작업 끝에 21일 오후 1시로 예정됐던 이라크전쟁 시나리오는 후세인의 숙소에 관한 정보가 입수되는 바람에 갑자기 개전시기와 양상이 바뀌고 말았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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