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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1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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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독일 러시아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0년 넘게 안정돼 온 세계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양쪽 모두 상식선에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도자기를 깨뜨리고 나서 도자기를 소유하는 것은 쉽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미국이 혼자서 전쟁에 나서 이라크를 쳐부수고 소유한다면 깨진 도자기를 가져가는 것과 같다. 미국은 최대한 많은 동맹과 유엔의 승인을 얻은 뒤 전쟁에 나서야 이라크의 민주화와 중동 개혁이라는 전쟁의 명분을 충족시킬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도 미국의 강경한 대(對) 이라크 압박이 없었다면 이라크가 무기사찰 같은 양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일치된 압박과 위협 없이는 평화적 해결도 불가능하다. 이들 3국의 반대는 오히려 미국의 일방주의를 공고히 하고 유엔 체제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타협이 필요하다. 미국은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의 의견을 수용해 이라크에 유엔의 무장해제 요구를 따를 마지막 몇 주간의 기회를 주고 3국은 대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유엔이 무력사용을 승인하는데 찬성해야 한다. 전쟁 뒤 이라크 재건에 소요될 4년 동안의 국제 연대를 위해 기꺼이 4주간 전쟁을 미루는 편이 낫다.
▼WP 리처드 코언“국민 불신땐 베트남戰 전철 선동 대신 정책으로 설득을”▼

콜린 파월 장관님, ‘선전선동’은 그만하시고 ‘정책’이나 잘 만드시죠.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조직이 이라크와 ‘모종의 관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셨는데, 좀 과장 아닌가요. 아마도 알 자지라 TV가 방영한 테이프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신 모양이지만, 알 카에다와 바그다드 간 연계설은 소문만 나도는 수준이거든요. 더구나 빈 라덴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적 독설을 퍼부었잖아요.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그렇게 누누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요. 아마도 이라크는 유엔 결의 1441호를 위반했고, 대량살상무기 실태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베트남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미국은 전투에서만 패한 게 아니라 국민의 신뢰마저 잃었었죠. 도미노 이론을 앞세워 사태를 과장했는가 하면 거짓도 일삼았었으니까요.
국민은 장관님을 ‘전쟁의 참모습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싸움을 피하려는 전사’로, ‘이성의 목소리를 가진 인물’로 여겨왔지요. 걸프전 당시는 물론 빌 클린턴 행정부 때도 미국의 보스니아 및 코소보 사태 개입에 반대하셨잖아요. 또 최근까지도 이라크 사태는 유엔의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셨고.
합의 도출에 실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프랑스와 독일 등을 상대로 미국 입장을 홍보하시느라 영 난처하신 줄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장관님, ‘선전’이 아니라 ‘정책’을 만드셔야지요.
정리=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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