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人形의 ‘롱런 비결’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00분


1959년 첫선을 보인 이래 지금까지 10억개가 넘는 ‘바비(사진)’가 태어났다. 3∼11세의 미국 소녀는 바비인형을 평균 10개, 이탈리아와 영국의 소녀들은 7개씩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바비의 연간 매출액은 16억달러. 매년 150개의 바비가 새로 디자인된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선물 매출 1, 2위를 달리는 바비는 사회학자의 논문주제이자, 여성운동가의 비판대상인 동시에 마니아들의 명품수집 아이템이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21일자)에서 ‘멋진 언니’ 바비를 둘러싼 사회 경제적 이슈를 소개했다.

바비는 라푼첼 등 동화 주인공이나 재클린 케네디 등 실존 인물을 본떠 만들어지기도 한다. 바비가 사용하는 식탁 옷 소파 자동차 머리핀 등 소품 세트는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을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다. 바비 제작사인 마텔은 화장품 잠옷 등 일반인이 사용하는 30개의 다른 제품군에도 바비 브랜드의 판권을 갖고 있다.

바비는 1976년 미국문화를 대표하는 ‘기호(icon)’로 인정받아 200년 후 열어볼 타임캡슐에 포함되는 영예를 안았다.

여성에 대한 미적 기준을 왜곡하고 백인지상주의 문화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바비는 여성운동가와 제3세계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90년대 초 선보인 ‘말하는 바비’가 “수학은 골치 아파”라고 말했을 때 여성계가 거세게 비난했다. 공주 이미지를 뒤집는 ‘악령 바비’ ‘노동착취공장 바비’ 등으로 맞불을 놓는 ‘안티 바비’ 운동도 생겼다.

마텔은 바비가 오히려 소녀들에게 독립적인 여성상을 제시했다고 반박한다. 65년에는 우주비행사 바비가, 73년에는 외과의사 바비가 선보였으며 92년에는 대통령 후보 바비도 나왔다는 것.

바비의 직업은 패션모델에서 활강스키선수, 뉴스앵커, 비행기 조종사, 외교관, 랩 가수, 야구선수, 응급구조대 등으로 다양해졌다.

영국의 예술가인 사이먼 티즈코는 바비를 소재로 ‘자살폭탄 바비’라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전시회에서는 금발에 리본을 묶고 잘록한 허리에 폭탄을 둘둘 감은 바비가 선보였다.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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