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공격 기정사실화

  • 입력 2002년 12월 6일 17시 50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실태 보고서 제출 시한(8일)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은 유엔 사찰단의 활동 결과와 상관없이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사실상 이라크 공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했다. 이라크는 이에 대응, 강경 발언과 유화 제스처를 반복하는 특유의 신경전을 통해 유엔에 제출할 보고서의 극적 효과를 높이려 하고 있다. 이라크는 5일 “화학, 생물, 핵 무기 리스트는 물론 장거리미사일 프로그램 등을 밝히는 보고서를 7일 유엔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

▽“이라크 WMD 보유 증거 있다”〓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5일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를 갖고 있으며 이를 유엔 무기사찰단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고위 관리들을 인용, “미국이 이라크가 WMD를 보관한 장소를 알고 있으며 그 정보를 사찰단에 알려줘 이라크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유엔 사찰단에 WMD 개발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이라크 과학자들의 신원을 파악, 해외에서 신문토록 압력을 가하고 있으나 사찰단은 중립성 훼손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또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겨냥한 행동을 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1만명 규모의 주 방위군과 예비군을 추가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도 이날 “이라크가 거짓보고서를 제출할 경우 군사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간의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현 시점에선 미국이 즉각적인 군사공격에 나설지 점치기 어렵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언제 전쟁에 돌입할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라크의 신경전〓이라크의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는 4일 미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WMD를 갖고 있지 않으며 다만 다목적용으로 분류된 장비는 있다”고 밝히고 “미국은 이라크 내 석유 장악을 위해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전쟁을 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 지도부는 또 3일 있었던 유엔 사찰단의 이라크 대통령궁 기습 사찰을 “스파이 행위”라며 강력 비난했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은 5일 라마단 금식 종료절 기념 국영 TV연설에서 “사찰 활동을 순순히 수용하겠다”고 밝혀 지난 며칠간 고조됐던 미국과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려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한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6일 국영 라디오 방송 연설에서 앞서의 이란 정부 발표와는 달리 “미국은 이슬람 세계의 석유와 다른 자원들을 지배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워싱턴·바그다드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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