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기독교 근본주의자들 “神은 우리편”

  • 입력 2002년 12월 3일 17시 51분


“신은 우리편에 있다. 그는 보호의 울타리로 우리를 감싸고 계신다.”

오사마 빈 라덴이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연설을 하고 있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 근본주의 기독교 복음주의자인 팻 로버트슨의 연설 중 한 토막이다.

뉴스위크는 최신호(9일자)에서 9·11테러 이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뿐만 아니라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까지도 득세하는 ‘근본주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로 형성된 반(反) 이슬람 분위기는 기독교 근본주의를 부추겼다. 혼란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확실하고 절대적인 것’에서 안식을 찾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명의 충돌은 이슬람과 기독교가 아닌 근본주의자들과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과의 충돌로 봐야 한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십자군과도 비슷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이슬람을 ‘절대악(惡)’으로, 이슬람 성자 모하메드를 테러리스트 또는 ‘사악한 성도착자’로 부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도 같은 맥락.

그러나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서로 으르렁대는 이들은 비슷한 점이 더 많다. 다원주의와 세속적 자유주의를 거부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은 듣기조차 꺼리며 여성을 비하하고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종교를 퍼뜨리는 것 등이 똑같다.

‘신을 위한 전쟁’의 저자 캐런 암스트롱은 “(합리성과 다원화로 대변되는) 근대성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근본주의자들은 다른 종교를 악마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권 여성이 차도르를 쓰는 것과 유대정교 여성이 가발을 쓰는 것을 비교하면 쉽다. 로버트슨씨는 기독교방송인 CBN 회장이고, 제리 팔웰이나 지미 스와거트 같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방송을 통해 명성을 얻었다. 이슬람권 역시 알 자지라 같은 위성방송을 교리 전파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근본주의가 세를 얻으면서 상대주의자나 중도주의자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슬람 평화주의자들인 수피교단이나 기독교 정교 분리주의자들의 목소리는 거의 사라졌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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