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유엔 무기사찰 받기로

  • 입력 2002년 10월 2일 18시 43분


《이라크와 유엔은 1일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재입국을 위한 세부계획에 전격 합의, 4년여 만에 이라크 무기사찰이 재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라크 대통령궁에 대한 사찰이 합의에서 빠진 데다, 미국이 더욱 강경한 유엔의 새 결의안이 채택되기 전에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입국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해 난항이 예상된다. 》

미 의회 지도자들도 2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유엔과 이라크의 무기사찰 합의에 개의치 않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겨냥한 무력 사용 결의안에 한목소리를 내기로 결정했다.

▽양측 합의 내용〓이라크와 유엔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틀째 계속된 협의를 통해 98년 이후 중단됐던 대량살상무기 은닉 의혹시설에 대한 사찰을 재개키로 했다.

유엔 무기사찰단의 한스 블릭스 단장은 “이라크는 대부분의 의혹시설에 대해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이며 무제한적인 사찰을 허용키로 동의했다”며 “이르면 2주 안에 선발대가 이라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의 8개 전용시설과 국방부, 내무부 및 공화국수비대 본부 등은 종전처럼 사찰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들 시설은 98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이라크와의 협의에서 사찰제한지역으로 결정,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은 곳이다.

블릭스 단장은 3일 유엔 안보리에 이라크와의 무기사찰 재개 합의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미국의 강경 입장〓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라크와 유엔이 무기사찰 재개에 합의한 직후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유엔이 더욱 강경한 새로운 대 이라크 결의안을 채택하기 전까지는 유엔 무기사찰단 활동을 연기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국무부의 다른 관계자는 “무기사찰단이 새로운 결의 없이 이라크에 입국하려 할 경우 방해 공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딕 게파트 하원 민주당 지도자는 2일 부시 대통령과 조찬 만남을 마친 후 백악관과 의회가 대 이라크 무력사용 결의안에 합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게파트 의원은 “미국은 가능한 한 외교적으로, 여의치 않으면 군사적으로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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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 국제사회 반응〓이라크는 유엔이 기존의 무기사찰 결의안을 배제하고 미국 주도의 새 결의안을 채택할 경우 이를 거부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터키를 방문 중인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2일 기자회견에서 “이라크는 유엔의 새로운 결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제안한 새 유엔 결의안의 필요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공격할 경우)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대해서 보복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알렉산더 야코벤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라크 사이에 이뤄진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일 ‘필요할 경우’ 유엔 안보리의 새 이라크 결의안 채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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