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재판소 戰時강간범 첫기소…피의자는 50代 흑인여성

  • 입력 2002년 9월 16일 17시 55분


전쟁의 역사만큼 오래된 전시(戰時) 강간이 처음으로 국제재판소의 심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최신호(15일자)는 아프리카 르완다의 인종청소와 관련된 반인륜 범죄를 다루고 있는 탄자니아의 국제 전범재판소가 전 후투족 여성부 장관 폴린 나이라마수후코(56·사진)를 전시 강간 죄목으로 재판 중이라고 전했다.

나이라마수후코장관은 르완다의 인종청소가 정점으로 치닫던 1994년 봄 후투족 정부 여성부 장관으로서 후투 습격단을 시켜 자신의 고향인 부타레에서 투치족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강간하고 죽여도 좋다는 명령을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써 그는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전쟁범죄 피의자이자 최초의 강간 피의자가 됐다.

강간이 국제 전쟁범죄로 처음 인정된 것은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미 대통령 당시 남북전쟁 후 전범 처단을 위한 법조항에서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군과 독일군에 대한 재판에서나 유고슬라비아 세르비아인들에 대한 재판에서도 강간은 독립된 혐의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에 탄자니아의 검사들이 강간을 독립혐의로 기소할 수 있었던 것은 강간으로 인한 에이즈 감염 때문이었다.

강간으로 에이즈를 감염시킬 고의성이 있었고, 이는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대량학살에 포함된다는 논리였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르완다에선 내전 중 최소 25만명이 강간을 당했으며 희생자의 70%가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농의 딸로 투치 학살의 선봉에 섬으로써 권력에의 꿈을 이뤘던 그는 97년 망명지 케냐에서 체포된 이래 유엔에 구금돼 있다. 그는 자신이 승자의 논리에 희생돼 재판정에 선 것 뿐이라며 혐의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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