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불안한 美경제 ‘더블딥 공포’ 확산

  • 입력 2002년 8월 6일 18시 35분


《더블딥(double dip)이란…

불황에서 벗어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하강' 현상. 두 번의 침체의 골을 거쳐 회복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W자형' 경제구조라고도 불린다. 경기침체는 대개 기업투자 부진과 민간소비 약화라는 양대 요인 때문으로 발생하는데 미국의 경우 지난해 중반 1차 침체는 기업투자 부진 때문이었던 반면 올 상반기 2차 침체는 민간소비 감소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은 오는가.”

최근 대형 회계부정 스캔들, 기업실적 악화, 달러 약세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미경제가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더블딥(이중침체)' 경고가 줄을 잇고 있다. 전문가들의 더블딥 전망이 높아지면서 증시 추락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5일 일제히 3% 이상씩 떨어지며 사흘째 폭락세를 이어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다음달 나오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각각 2.3%와 3.4%에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FRB 금리 인하 가능성”…IMF-금융계 전망

▽무너진 투자 신뢰=미경제는 지난해 4월 인터넷 열풍이 꺼지면서 2·4분기와 3·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침체에 빠졌었다. 지난해 4·4분기 성장세로 돌아섰던 미경제는 올 2·4분기부터 다시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가 다시 흔들리게 된 것은 제조, 소비, 고용 현황 등을 말해주는 거시지표가 현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연이어 터진 회계 스캔들로 인해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가 폭락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12번의 주가 폭락중 8번이 경기 침체로 이어진 점으로 볼 때 최근 증시의 가파른 하락세를 결코 쉽게 넘겨버릴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경제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 증권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일 "더블딥 가능성이 70%에 이른다"면서 "주가 폭락이 소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제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경제학 교수도 2일 "더블딥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커졌다"면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그의 예지력도 이제 많이 흐려진 것같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이 4일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 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주전 20%였던 미경제의 더블딥 전망은 최근 35∼40%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금융기관들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회계부정과 부실경영을 막을 수 있는 법규 제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경제 닮아가나=대다수 전문가들은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었지만 이같은 추세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침체가 장기적 디플레로 이어지면서 미국경제가 일본경제와 '닮은 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리처드 버너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미국은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본과 노동자 시장이 유연하다"면서 "낮은 세금과 금리, 재정지출 확대 등의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미국은 일본식 디플레는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