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산책]항공사고 다발국 러시아의 항변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45분


2일 독일 남부에서 발생한 러시아 TU154여객기와 보잉757 화물기 충돌사고의 책임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스위스 간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조종사 책임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반응에는 ‘무슨 사고만 터지면 서방 측이 러시아의 책임으로 몰고 간다’는 불만이 가득 담겨 있다.

승객과 승무원 등 71명이 사망한 사고기의 음성기록장치(블랙박스) 해독 결과는 러시아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TU여객기는 “고도를 낮추라”는 스위스 관제탑의 스카이패스 지시를 따르다가 보잉기와 충돌했기 때문. 더구나 근무수칙을 어기고 혼자 근무하던 관제사의 목소리에는 전혀 긴박감이 없어 당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낳고 있다. 인근 독일 관제사가 사고 직전 급히 위험을 통보하려 했으나 전화도 불통이었다.

이에 대해 스위스 측은 “조종사가 기내 공중충돌예방시스템(TCAS)의 고도를 높이라는 경고를 묵살하고 관제탑에서 실수로 내린 지시에 따른 것이 잘못”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TCAS는 보완기능만 할 뿐이고 조종사는 당연히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또 화물기와 여객기가 충돌 위험이 있을 때는 관제탑이 화물기에 위험회피 행동을 지시해야 한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사고 직후 영국의 항공컨설팅 회사가 발표한 안전 순위에서 러시아 최대의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는 최하위 그룹으로 떨어졌다. ‘책임 공방’과는 별도로 러시아 항공기는 ‘나는 사고뭉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kimkihy@donga.com

김기현 / 모스크바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